청와대 “세월호 7시간, 대통령 사저에서 집무”...서면보고 의존, 혼란 뒤늦게 알고 허둥지둥


청와대가 10가지 의혹을 해명했다. 그동안 부풀려지거나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는 내용이었다. 가장 큰 논란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후 7시간의 행적도 좀 더 자세히 공개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사안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아래 1~10번의 제목은 청와대가 직접 붙인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1. ‘길라임’은 병원 간호사가 만든 가명

청와대는 차움병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진료를 받으면서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을 적은 것은 병원 간호사였다고 해명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실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VIP 등의 가명으로 진료를 받거나 대리처방을 받았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진료를 받은 내용과 진료비 납부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2. ‘대통령 대포폰 사용’ 발언은 공작정치의 전형

최순실씨의 외조카 장시호씨가 6개의 대포폰을 썼고 그 중 하나를 박 대통령에게 건네줬다는 의혹은 터무니 없는 허위주장으로, 대통령은 공식 전화기 외에 다른 전화기는 쓰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들이 대포폰을 썼는지, 이를 통해 청와대 기밀문서가 유출됐는지 등의 핵심적인 의혹에는 침묵을 지켰다.


3. 앞뒤 얘기 잘라내고 만든 ‘잠이 보약’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와 하야 논란 이후 종교계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잠이 보약”이라고 말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전체내용을 확인해보면 종교계 원로들이 “대통령님께서 잠 잘 주무시고 잠 못 이루시면은 의사를 통해서 수면 유도를 해서라도 맑은 정신으로 지혜롭게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말했고, 박 대통령이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테는 잠이 최고인 것 같아요. 또 뵙겠습니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청와대를 향해 밤늦도록 진행되는 상황에 박 대통령의 심정이 어떤지는 최근 공식일정에서 밝은 얼굴로 등장한 모습에서 읽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하야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정에 정상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18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신임대사 임명장 수여식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4. 브라질 문호의 소설 속 표현을 ‘무속신앙’으로 몰아간 언론과 정치인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표현은 무속적인 게 아니라 2015년 4월 브라질 순방 때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인용해 처음 사용했고, 그 뒤 어린이날 행사에서 다시 사용한 것으로 무속신앙에서 비롯한게 아니라고 청와대는 주장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테블릿PC에서 ‘오방낭’이라는 파일이 있었고 당선 직후 행사에 실제 오방낭이 등장하고 정부 홍보물에도 이런 형상이 등장한 이유는 해명하지 못했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국정 관련 문서를 미리 받아보고 이를 뜯어고쳤다는 점인데, 어디까지 최씨가 개입했는지는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여전히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5. 언론도, 정치인도 사실확인 없이 주장한 ‘트럼프의 박근혜 대통령 비하 발언’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당시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을 보라”고 했다는 정치권 주장과 언론 보도는 왜곡이고 오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6. 청와대 경호실이 최순실 집을 경호?…규정 따른 대통령 조카 보호!

대통령 경호실이 청담동 최씨의 집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숙소를 마련해 최씨를 경호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언론보도에 청와대는 대통령 경호 대상에 포함되는 조카의 초등학교 등하교 경호를 위한 시설이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최씨의 단골의상실에 청와대 직원이 동행하고 휴대폰을 닦아 건네줄 정도로 극진히 대우한 사실이나, 최씨가 경호실의 제재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청와대를 들락날락했다는 보도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7. 최순실, 대통령전용기로 해외순방 동행?…악의적 보도에 법적 대응 중

최씨가 공군1호기에 동승해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한 적 없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런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최씨가 청와대를 제 집처럼 들락날락하며 박 대통령의 사생활을 넘어 국정에까지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최씨의 청와대 출입을 목격한 이는 많지만 민간인 최씨의 출입기록은 무시된 상황이기에 전용기 동승 의혹까지 신빙성있는 듯 일부 언론에는 받아들여졌다.


8. 세월호 침몰 당일 靑 출장왔다는 간호장교…수도병원 나온 기록도, 靑 들어온 기록도 없다!

세월호 당일 성남 국군수도병원 간호장교가 청와대에 출장을 갔다는 기록이 있다는 언론보도에 청와대는 그런 기록이 병원이나 청와대에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청와대 출입기록 자체의 신뢰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나온 의혹이다.


9. 책 제목에서 유래된 ‘통일대박’이 최순실 아이디어라니…

최씨가 대신 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박 대통령 연설문구는 중앙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이자 당시 민주평통자문위원인 신창민 교수의 책 ‘통일은 대박이다’에서 나온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검찰 수사에서도 관계자들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은 최씨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0.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짧게는 3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없이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마침내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근무상황을 일부 설명했다.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언제 보고를 받고 무엇을 어떻게 지시했는지 상세하게 타임라인을 제시하면서 여러 차례 서면보고와 유선보고를 받고 필요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원칙적으로 청와대는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국가 안보시설이므로 대통령의 위치와 동선은 공개하지 않으며,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공개했던 적이 없다”고 그동안 7시간의 행적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 청와대에는 관저 집무실, 본관 집무실, 비서동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대통령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리고 전원구조라는 언론의 오보 때문에 모두가 울었다며 언론의 오보 사실을 상세하게 지적했다.




해명대로라면, 문제의 7시간을 둘러싼 여러 소문과 괴담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일본 언론 등에서 제기한 박 대통령이 청와대 밖에 있었다는 괴소문에는 ‘사저 집무실에 대부분 있었다’고 밝혀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럼에도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 의구심이나,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나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과 국정의 혼란상을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

청와대에 처음 상황이 접수된 오전 9시24분부터 박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로 전원구조를 지시한 10시15분까지 51분의 간격이 있다. 이 사이에는 서면보고만 두차례 있었을 뿐이다. 긴급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1시간 가까이 서면보고만 받았다.

최초 지시 이후로도 서면보고만 계속 이어졌고, 다시 박 대통령이 안보실에서 유선보고를 받은 시각은 1시간도 넘게 지난 11시34분이다.

보고 받은 장소는 사저다. TV에서 침몰상황이 계속 생중계되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대부분의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본관집무실이 아니라 사저집무실에 있었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사저는 본관에서 500m 떨어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꽃사슴 3마리를 풀어놓을 정도로 넓고, 청와대에 근무했던 이들도 좀처럼 가보지 못한 곳이다. 사저를 가본 이들은 “절간 같은 청와대 안에서도 더 적막한 곳”이라고 전한다. 수학여행을 간 고등학생들이 배 속에 갇힌 채 물에 잠기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몇시간씩 사저를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는, 대통령 사저 집무실은 침실 바로 옆에 있다고 밝혔고, 과거 정권에서 청와대에 근무한 다른 이들도 사저 집무실은 외빈 면담이나 외국 정상과의 일과시간 외 전화통화 등을 위해 쓰이는 공간일 뿐이며 여기에 머물렀다는 것은 출근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현장의 지휘 체계와 신속한 구조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회의 준비를 위해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경내 대면회의 대신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청와대 설명으로도 유선 보고보다는 서면보고가 훨씬 많았다. 박 대통령이 최초 지시 후 7시간 후인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방문해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말한 사실은 청와대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7시간 동안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고 지금까지 국민의 분노가 이어진 이유가 됐다.

청와대는 참사 당일 언론의 오보가 혼란을 키웠다고 책임을 언론에 떠넘겼다. 청와대는 7시간을 해명하면서 “이날의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라며 “우리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것과 같이 그날은 나라 전체가 오보로 혼돈이 거듭됐다”고 하면서 전원구조를 알린 방송화면과 신문보도를 제시했다. 이 부분은 4.16연대가 긴급브리핑으로 청와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원구조’라는 뉴스의 발생지는 언론이 아니라 정부다. 청와대가 밝힌 당시 중앙재난대책본부 대화록을 보면, 당시 구조 인원 착오의 이유를 이경옥 당시 행정안전부 2차관은 “구조해서 출발하는 곳과 도착하는 곳에서 중복 카운트를 해서…”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오보의 원인이 “11시 6분 경기도 교육청이 학부모에게 ‘전원 무사 구조’란 내용의 문자 발송을 시작으로 11시 25분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해경 공식 발표’란 문자 재차 발송”이라고 인정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차치하고라도, 청와대부터 행정안전부까지 정부의 재난 컨트롤타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혼선을 거듭해 구조자 숫자를 착각했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사저에서 이를 서면으로만 보고 받으며 소극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다 뒤늦게 구조인원이 차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했다.

청와대는 참사 당일 박 대통령에게 수시로 서면보고가 올라갔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 대통령이 서면보고를 즉시 확인했는지, 서면보고에서 미흡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어떤 추가적인 보고를 지시했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사과하면서 “(대통령)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씨의) 의견을 들은 적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설명했다.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이 전달된 시기는 2015년까지도 이어진다. 대통령 설명대로라면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청와대의 보좌체계는 미비했다. 청와대의 ‘7시간’ 해명에 이런 사실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에게도 “여자로서의 사생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7시간동안 대부분 사저에 머문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통령은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밝혔다. 사생활을 주장할게 아니라 미용시술이나 대리처방 의혹 등을 모두 밝혀야할 이유를 청와대 스스로 설명한 셈이다.

청와대는 ‘이것이 팩트다’라며 10가지 의혹을 해명했다. 실상 팩트를 제시하지 못한 내용이 더 많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상황수습보다는 문화융성프로젝트 등 최씨의 이권과 관련된 사업에 더 관심을 쏟았다거나 대기업 총수와 독대를 하면서 최씨측이 설립한 재단에 기부를 종용했다는 의혹 등 검찰수사에 핵심적인 사안에는 무엇이 팩트인지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 사과에서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하였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지엽적인 사안을 해명하면서 검찰 조사를 미루기만할게 아니라, 검찰과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 전반에 걸쳐 무엇이 팩트인지 총체적이고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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