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 성공 비결과 미래



‘오늘 들어온 책 1217권’

 알라딘 중고서점 신촌점 입구에는 15일에도 새로운 책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숫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신촌에서 가장 잘 나가던 나이트클럽 자리에 들어선 이 중고서점에는 새 책처럼 깨끗한 헌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오늘 들어온 책’ 같은 코너의 책들은 당장 교보문고에서 판매해도 될 정도였다. 음반과 블루레이도 신품처럼 깔끔하게 포장돼 있었다.

 가장 매출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점은 젊은 사람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까지 구석구석에서 책을 펴들고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여행서적 코너 앞에는 선글라스를 낀 여성들이 열심히 책을 뒤지는 모습이 도로 건너편 교보문고 매장과 다를 바 없었다. 여기서 만난 한 아가씨는 “새 책이나 다름 없는데다 가격도 저렴해서 강남에 올 일이 있으면 꼭 들른다”며 “조만간 집에 있는 책을 정리해 가져와 팔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알라딘 중고서점, 잘나가는 이유는?


 알라딘 중고서점은 2011년 9월 서울 종로점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울산,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19곳으로 매장을 넓혔다. 알라딘 마케팅팀 조선아 과장은 “중고서점 매출은 온라인을 합쳐 매년 34~39%씩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도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알라딘보다 앞서 2006년 국내에 대형 중고서점을 연 일본 북오프가 올해 초 완전 철수했고, 헌책방이나 동네서점들도 속속 문을 닫고 있는 상황과 대조된다.

1. 새책 서점 같은 중고서점

 서울 강남점의 서오현 점장은 “처음부터 새 책 파는 곳 같은 중고서점을 목표로 했다”며 깔끔한 인테리어와 편리한 검색 시스템, 현금으로 책값을 쳐주는 매입 정책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서가에 환한 조명을 설치하고 수시로 정돈하는 것은 물론, 책 분류와 진열도 새 책과 똑같이 해놓았다. 중고서점이지만 중고서점 같지 않은 이유다.

2. 편리한 검색

 책이 어디 있는지, 얼마에 사고 팔 수 있는지도 스마트폰으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새로 매입한 책, 중고책 베스트셀러 순위도 수시로 발표한다. 소셜네트워크 등으로 고객의 반응을 늘 확인하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해 트위터에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른 경험을 소개하면서 “회원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현금영수증을 받기 위해 휴대폰 번호를 두 번 입력하는게 불편하다”고 쓴 적이 있는데 다음 번에 중고서점에 들렀을 때는 간편하게 바뀌어 있었다.

3. 현금박치기 매입

 매입 가능한 책 목록과 가격을 매일 업데이트해 ‘정찰제 현금박치기’로 사들이는 점도 알라딘에 책이 모이는 중요한 이유다. 출간된지 2년이 된 ‘마법 천자문 제24권’을 깨끗한 상태로 가져오면 4500원을 손에 쥐어 준다. 마법 천자문은 중고거래가 가장 활발한 책 중 하나이긴 하지만, 새 책 값(9800원)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을 받고 되팔 수 있으니 꽤 수지 맞은 거래다. 동네 헌책방에 책을 가져갔다가 “그냥 놓고 가라”거나 “우리는 무게로 달아서 계산한다”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경험했던 기자에게는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는 책을 여행용 가방에 가득 담아 와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4. 정찰제

 알라딘 직원들은 중고책 가격을 매긴 뒤 꼭 고객에서 “가격 괜찮으세요?”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흥정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찰제다. 일본계 북오프도 정찰제로 중고품을 사들였지만, 가격은 500원~1000원이 대다수여서 원성이 자자했다. 북오프가 실패한 이유로 검색이 안되는 점과 너무 낮은 매입가격이 꼽힌다.

 서 점장은 “매일 재고량과 판매량, 회전률, 출간시기 등을 감안해 가격을 조정한다”며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중고서점을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종이책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조선아 과장은 “책을 살 때 도서 상태에 따라 값을 매기기 때문에 이제는 처음부터 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점인가, 헌책방인가.


 알라딘 중고서점은 헌책방과 다르다. 희귀본이라고 해서 값을 더 쳐주거나 옛책을 감정해서 판정해주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신간에 가까운 책들을 사서 유통하는 데에 주력한다. 가격 책정도 전산시스템에서 매출 등을 기준으로 자동으로 이뤄진다. 매장의 한 직원은 “사실은 서점이라기보다는 유통업체에 가깝다”며 “책을 좋아해서 입사했다가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매장마다 특색도 있다. 일산이나 분당에서는 유아·어린이 도서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고, 신촌·건대점처럼 대학가에 위치한 매장은 외국어 학습서나 전공서적, 인문교양 서적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출판계의 불만


 출판사들은 신간 서적이 떡하니 중고서점에 꽂혀 있는 모습에 열 받을 수 밖에 없다. 신촌·종로 등에선 인근 헌책방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알라딘 측은 “신간 서적은 어쩔수 없이 매입하긴 하지만, 매장에 내놓는 시기는 조절한다”며 “입지를 고를 때도 주변에 헌책방이 없는지 조사한다”고 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이날 신촌점에는 ‘꿈 꿀 권리’‘상우 일기’ 같이 출간된 지 한달도 안된 책들이 눈에 잘 띄는 자리에 꽂혀 있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미래


 매출과 수익을 묻는 질문에 알라딘 측은 “중고서점이 사실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아직은 미미하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주요 상권에 알라딘의 간판을 내건 홍보 효과나 새로운 고객을 재밌게 만날 수 있다는 데 더 의의를 둔다”고 덧붙였다. 출판계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같았다.

 1. 도서정가제, 득일까 실일까

 출판계에서는 “11월부터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중고서점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도서정가제는 출간된지 18개월이 안된 새 책들만 할인율을 제한하고 있지만, 새로운 도서정가제에서는 모든 책들의 할인율이 15%로 고정된다. 중고서점은 이런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구간 서적을 찾는 사람들은 중고서점을 먼저 찾게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알라딘 측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정가제가 강화된 대신 구간의 정가를 재조정할 수 있어서 오히려 중고서점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라딘은 도서정가제 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2. 일본 따라갈까

 중고거래가 활발한 일본에서는 중고책을 사고 팔 때 저작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고 거래는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 콘텐츠 산업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에 저작권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도서대여점이 논란이 됐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덩치를 더 키우게 되면 똑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샀다가 읽고나서 되팔면, 예전 도서대여점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든다.



 일본의 대형 중고서점들은 또 의류 완구 스포츠용품 등으로 거래 품목을 늘리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도쿄 인근에는 대형할인점을 뺨칠 정도의 초대형 중고서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책보다는 의류나 명품 등의 거래에 더 주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알라딘도 중고 거래의 영역을 더 확대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조 과장은 “올해 초 실험적으로 중고태블릿을 거래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면서도 “책과 연관되는 품목을 더 팔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제품군은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 강남점에는 이달부터 잡지 과월호를 팔고 있고, 알라딘이 자체 제작한 음반이나 에코백, 북엔드, 노트도 팔고 있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는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이 커피와 함께 책을 볼 수 있게 해 놓은 공간이 부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알라딘은 중고서점에 카페를 설치하거나 매장을 더 고급스럽게 꾸밀 계획은 없다고 했다. 알라딘 마케팅팀은 “중고 책을 사고 파는 재미, 숨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데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고서적 거래가 더 주목을 받을수록 출판계의 비난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고, 알라딘도 자연스럽게 책과 무관한 분야에까지 관심을 두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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