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규 목사님 장례식

인터넷 검색을 하다 2007년 아프간 피납사태 당시 순교하신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님의 장례식 때 내가 썼던 기사와 내가 편집한 동영상을 보았다. 동영상도 조잡하고, 기사도 몇군데 고치고 싶은 곳이 있지만, 그냥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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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키 사회]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세력 탈레반에 살해된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이 8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샘물교회에서 치러졌다.

샘물교회를 가기 위해 지하철 역에 내리자, 기자와 같이 까만 양복을 입은 이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장례식에 참석하러 가는 이들이었다. 서울 서초동에서 왔다는 한 노신사는 "샘물교회나 배 목사를 알지 못하지만, 장례식은 꼭 참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주변은 검은 옷의 물결이었다. 장례식장인 본당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고 배형규 목사 천국환송 예배 가는 길'이라고 적혀있었다. 배 목사는 생전에 "기독교인에게는 장례식이라는 말보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떠나보내는 환송 예배라는 말이 맞다"고 말했었다고 한다. 본당의 제일 앞 좌석에는 유족과 아프간 일행이 앉아 있었다. 카메라가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일거수 일투족을 찍고 있었다. 역시 검은 옷을 입은 상주와 유족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배 목사와 함께 갔다가 따로 돌아온 21명의 일행은 서로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배 목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왜 울어요, 활짝 웃어주세요. 저 먼저 갑니다, 이따 봅시다"라고 말 할 것만 같았다.
샘물교회 담임 박은조 목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장례예배, 아니 천국 환송 예배가 시작됐다. 배 목사의 부인 김희연(36)씨와 아버지 배호중(72)씨는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눈길은 영정 사진을 향해 있었다. 배 목사의 딸 지혜(9)양은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있었지만 아버지의 장례식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듯 주변을 둘러보기만 했다.

대표기도를 한 최윤선 샘물교회 교사는 "지친 마음과 얼굴로 찾아갈 때마다 따듯한 미소로 맞아주시고 같이 눈물흘리며 기도해주시던 배 목사님, 열방을 사랑하는 주님의 마음을 품고 모든 것을 내어주신 목사님은 주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아름다운 교보재였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배 목사와 함께 신학을 공부한 장신대 신대원 92회 동기 목회자들이 노래를 불렀다. 배 목사가 생전에 가장 즐겨 불렀다는 '순례자의 노래'였다.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 오 거룩한 곳 아버지 집. 내 사모하는 집에 가고자 한 밤을 세웠네. 저 망망한 바다 위에 이 몸이 상할지라도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 곳, 주 복음 전하리.

거룩한 나의 갈 길 다 가고 저 동산에서 편히 쉴 때 내 고생하는 모든 일들을 주께서 아시리. 빈 들이나 사막에서 이 몸이 곤할찌라도 오 내 주 예수 날 사랑하사 늘 지켜주시리."

아프가니스탄의 빈들과 사막에서 배 목사의 몸이 상할 때, 주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이제 거룩한 갈 길을 다 가고 저 동산에서 편히 쉬고 있을 배 목사를 생각하며 성도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광선 목사는 "배 목사가 순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책감에 가슴을 치고 울었다"면서 "주님, 이 늙고 목회도 다 해가는 종을 필요하시면 사용하실 것이지, 아직 많은 일을 해야할 젊은 목사를 데려가십니까"라고 말했다.

배 목사와 아프가니스탄의 선교 활동에 대해 이 목사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세상의 여러 말에 마음 아파할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에 위로를 받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스려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는 마태복음 5장의 말씀을 읽었다.

유가족의 대표가 인사를 했다. "전세계 성도들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21명이 살아 돌아온 것에 감사드린다." 담담하게 인사를 하던 그는 "우리도 머지 않아 천국에 가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이 있기에 저희 유가족은 기쁨으로 배 목사님을 보낼수 있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면서는 울컥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축도를 한 옥한흠 목사는 "주님의 재단에 피뿌린 그 땅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고난을 당한 열아홉명의 형제자매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장차 드러날 거룩한 백성들, 하나님의 백성들 위에 예수님처럼 살고 예수님처럼 죽도록 부르신 하나님의 은혜가 이제부터 영원까지 함께 하옵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샘물교회 청년을 대표해 조사를 한 정대균씨는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는 성경 다니엘서 12장 3절을 읽고는 "일그러진 습관을 넘어, 길들여진 상식을 넘어 우리와 다르게 사셨던 배 목사님"을 부르며 "남은 자들의 위대한 스승이신 분, 이제는 세상에 없는 행복을 향해 넉넉히 날아가십시오. … 보고 싶은 배형규 목사님, 마지막 것을 드렸던 당신의 온전한 헌신은 날카로운 총탄을 녹이고, 붉은 산과 메마른 들녘을 지나 숨쉬는 모든 자들의 가슴을 요동하는 장엄한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날이 어떠하든 이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생명은 생명과만 바꿀 수 있음을"이라고 말하면서 오열했다.

샘물교회 청년들이 다시 한번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정해진 순서는 모두 끝이 났다.

유족과 아프간 선교팀 19명과 목사들과 성도들,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한줄이 되어 죽은 이의 사진 앞에 하얀 국화 꽃을 놓았다. 산 자들의 행렬은 길고도 길었다.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 아프간 선교단 일행 중에는 꽃을 놓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기도 했다.

배 목사와 함께 아프간에서 살해된 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62)씨의 모습도 보였다. 심씨는 샘물교회 성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모든 것을 놔두고 어디로 떠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성가대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는 동안 운구를 맡은 이들이, 붉은 꽃으로 십자가가 그려진 배 목사의 관을 번쩍 들었다. 배 목사가 청춘의 눈물과 땀을 쏟았던 샘물교회를 마지막 떠나는 순간이었다. 다시는 오지 못할 길. 누구나 가야할 길.

기자는 교회 사람에게 "장지가 어디입니까"라고 물었다.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장지는 없습니다. 시신은 예정된대로 병원에 기증될겁니다." 생전 배 목사의 책상 앞에는 '온전한 헌신은 마지막 것을 드리는 것이다'라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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