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다크 써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미국 중앙정보부, CIA이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 '제로 다크 써티(Zero Dark Thirty)'가 15세 이상 관람가로 국내 심의를 통과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http://kmros.kmrb.or.kr/rating/inquiry_mv_view.do?id=148400&subId=&endYn=Y&screDiv=20)

이 영화가 먼저 개봉된 미국에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첫 시작 부분에 '실제 일어난 일에 관한 직접적인 설명에 기초해서 만들었다('the following motion picture is based on the first hand accounts of actual events.')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 이 '직접적인 설명(first hand account)'이란 것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직접 영화제작진에게 오사마 빈 라덴 추적과 사살 과정을 설명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즉, 이 영화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빈 라덴 추적 과정에 관한 실제 정보를 담고 있고, 또 그 정보는 당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던 오바마 정부의 시각에서 선별됐다는 것이죠. 실제로 백악관과 CIA,국방부가 영화 제작을 위한 자료 제공에 적극 협력했다고 합니다. 작전에 참여한 CIA요원과 해군 특수작전부대 네이비씰 대원과 인터뷰는 물론이고, 수백쪽에 이르는 CIA 기밀 문서를 영화 제작을 위한 자료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보수 시민단체인 judicial watch에서 이 점에 문제를 제기해 CIA가 영화제작진에 제공한 자료를 공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그 덕분에 인터넷으로 누구나 빈 라덴 관련 자료를 소상히 볼 수 있습니다.

보실려면 'Zero Dark Thirty File'<= 요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영화 내용과 파일을 대조해보면 영화 제작진이 CIA 정보에 상당히 의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중요한 무대인 빈라덴 은신처를 보시면,


위의 그림이 CIA파일에 포함돼 있는 빈라덴 은신처 그래픽 자료입니다.

영화에서는 은신처가 이렇게 묘사돼 있습니다.


 예 똑같습니다.

 영화는 자신들이 CIA 자료를 받아 만들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사실과 일치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홍보합니다. 한국 기자들에게 보낸 홍보대행사의 보도자료 제목이 이렇습니다.


 ‘9/11 그 이후, 10년간의 추적실화가 고스란히 펼쳐진다.’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기밀 문서 최초 공개!’

 ‘영화 속 모든 장면이 사실이다! -  미국 국방부장관 인정, 논란 확산!!’


 하지만 영화가 개봉된 뒤 CIA 국장대행은 직원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보내 영화를 보고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합니다. 영화는 극소수 요원이 활약해 오사마 빈 라덴을 잡은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수백명이 오랫동안 헌신한 결과라고 CIA는 강조하면서 영화가 사실과 다르다고 단정합니다. CIA 국장의 메시지도 공개돼 있습니다. 링크. 세계평화를 위해 바쁘신 CIA국장(대행)이 영화 한편 때문에 친히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도 아마 처음일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애초에 지난해 11월 있었던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전에 개봉될 예정이었습니다. 어쩌면 오바마의 재선을 위한 프로파간다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죠.(영화 속에서는 오바마가 딱 한 장면 등장하는데, 사실 부정적으로 묘사됩니다. TV에 나와서 우리 정부는 (부시와 달리) 너무나 고상해서 고문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데, 그 장면을 직접 알카에다 관련자들을 고문했던 CIA 요원들이 지켜보죠. 영화 속에서 고문이 실제 부시 행정부에서만 이뤄진 것인지 애매하게 묘사되긴 합니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이 고문 장면 - 알카에다의 3인자를 메달고 고문합니다 - 과, 이것을 통해서 얻은 정보가 유용하게 쓰였다는 설정, 즉 '고문이 쓸모있다'는 스토리도 논란입니다. 영화 속에서 여자 주인공인 CIA요원 마야는 처음엔 고문 현장을 보고 순진하게도 당황하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 고문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그려집니다. 아랍권의 뉴스채널인 알자지라가 이 점을 비판했습니다.알자지라는 “이 영화가 고문을 특별히 옹호한 것은 아니지만, 고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가정해 이를 둘러싼 도덕적이고 법적인 문제를 간과했다”고 비판했습니다.

(http://www.aljazeera.com/indepth/opinion/2013/01/201311212126424914.html)



진짜 CIA 조사관으로 빈 라덴 추적 작전에 참여했던 알리 사우펀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사실과 다르다”며 “빈 라덴 체포에 쓰인 정보는 고문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상원의 민주당 다이앤 파인슈타인, 칼 레빈,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은 영화 배급사인 소니픽쳐스에 항의 서한을 보내 “고문으로 빈 라덴의 위치 정보를 확보했다고 심각하게 오도하고 있다”며 영화 내용을 고쳐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가디언, 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라비야뉴스까지 논란에 가세하자 비글로우 감독은 “감독으로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관객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며 “인간으로서는 눈을 감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영화 속에서 그려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주인공인 CIA 여자 요원 마야(Maya)의 실제 정체와 역할이 가장 궁금할텐데요, 워싱턴포스트는 실제 요원이 30대의 여성이고 CIA 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신출내기 요원인 마야가 거의 홀로 빈 라덴 은신처를 알아내고는 백악관을 포함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전을 감행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마야 역을 맡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제시카 차스테인은 “지금 살아서 현역에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진짜 마야가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야는 비록 이름은 실명과 달라도 엄연히 실존 인물이라는 거죠.

워싱턴포스트(WP)는 “실제 30대 중반의 여성 요원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작전에 참여했다”며 “그 공로로 이 여성 요원은 2012년 동료들와 함께 최고훈장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WP는 그러나 이 요원이 훈장을 받은 직후 다른 이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당신들은 나를 방해하려 했고 나에게 맞섰다.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나 뿐”이라고 비난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그 뒤 승진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전했습니다.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여자였다는 거죠.

그런데 CIA에서 팀장을 지낸 나다 바코스는 퍼시픽스탠다드에 보낸 기고문에서 “마야의 캐릭터는 지나 베넷, 제니퍼 매튜, 바버라 수드 3명의 실존 여성 요원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인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베넷은 1993년부터 알카에다를 쫓아온 인물이고, 매튜는 추적 과정에서 사망한 요원이라고 합니다. 바코스는 영화에서 마야가 했던 일과 같은, 정보를 분석해 타겟을 찾아내는 분석관으로 일했습니다.

실제 제로다크서티의 작전에 참여한 마크 오원이 쓴 책 ‘쉽지 않은 날(No Easy Day)’에 등장하는 ‘젠’이라는 이름의 여성 요원이 모델이 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렐 CIA국장대행은 “10년에 걸친 빈 라덴 추적은 수백명의 요원들이 헌신한 결과”라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링크해드린 내부 메시지에 그렇게 씌여 있습니다. CIA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언론인 피터 버겐도 미국공영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 은신처를 처음 밝혀낸 요원은 남성”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터 버겐은 CIA 바깥 인물 중 가장 CIA와 가까운 사람으로 평가받는 언론인입니다.



미국 드라마 '홈랜드'를 보신 분이라면, CIA 여성 요원 스토리에서 홈랜드의 여자주인공을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레나 바카린

  • 1979년 06월 02일생
    출신지 :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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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 이 여자(브로디 부인 제시카. 브라질 모델 출신 모레나 바카린) 말고, 클레어데인즈가 열연한 캐리, CIA요원 캐리 매티슨 말입니다. 홈랜드에서 캐리는 테러 정보를 캐내 진실을 밝히지만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정신병자 취급을 받죠.


여기 왼쪽의 이 여자분.



‘제로 다크 서티’처럼 테러와의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와 TV드라마가 미국에선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빈 라덴 추적 작전을 소재로 한 ‘코드네임 제로니모’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됐습니다. 미국의 유료채널인 쇼타임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홈랜드’도 아프간 전쟁에서 돌아온 미군 병사가 주인공이죠. 충격적인 스토리로 미국에선 요즘 최고 인기라고 합니다.

좀 지난 영화지만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 ‘그린존’은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이 실체가 없다는 점을 돌직구로 확인해준 영화였죠.

‘제로 다크 서티’를 만든 비글로우 감독은 이라크의 미군 병사를 주인공으로 한 ‘허트로커’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고보니 허트로커의 주인공 제레미 레너가 맷 데이먼의 뒤를 이어 본 시리즈의 주연을 맡기도 했군요.

최근에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소재로 한 미국의 대중문화 작품들은 대부분 21세기 초 미국의 태도를 반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쟁과 폭력을 동원한 테러 진압이 무모하게 이뤄졌다는 반성이 미국 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기에 이런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 질 수 있었겠죠. 제로 다크 서티는 개봉 첫주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미국이 9.11 테러의 상처를 직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겠네요.   ‘제로 다크 서티’에서는 군인들이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조심스럽게 손을 마주치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비춰집니다. 조심스런, 아주 조심스런 승리의 표시라고나 할까요.

제로다크서티는 여주인공 마야를 태운 공군수송기가 이륙하기 위해 문을 닫으면서 끝납니다. 테러의 시대를 마무리 짓고 싶은 미국인의 마음이 그 장면에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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