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1차 TV 토론 관전평


-사회자 신동호
  애처롭다. 처음에는 대체로 잘하는 듯 했다. 생동감 없는 토론에 그나마 사회자가 액센트를 준다고 봤다.
  그러나 박근혜 앞에서는 ‘남은 시간 더 쓰시겠습니까?’라고 하고 다른 후보가 시간 남았을 때는 ‘아, 그래요?’라며 맞장구치는 듯한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박근혜 후보만 배려하는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비칠 수 있는 점도 생각해야 했다. 마지막에도 '마지막 발언을 2~3초씩 더 드렸는데 흡족하셨는지요'라고 한 것은 잘못이다. 이정희 후보가 말할 때에만 뒤에 끊었는데(아마도 시간을 넘겼기 때문이겠지만), 그 직후에 후보들에게 모두 시간을 더 줬다고 하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이 된다. 게다가 '흡족'이라니. 왕 앞에선 신하가 쓸 수 있는 말 아닌가. 사회자가 후보들 앞에 굽신굽신하는 태도는 절대 보여선 안된다. 물론 후보들을 존중해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진행을 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사회자다. 결정적인 실수였다. 발언 순서를 헷갈린 것은 아쉽긴 하지만, 토론 형식 자체가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니까 사회자의 큰 책임은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
 박근혜의 전략은 문재인에게 좌파, 위험한 인물, 무능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씌우려는 것이었다. 이정희 후보를 끌어들여 여기에 활용하려는 전술이었다. 치졸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실망스러웠다.
 판세를 보니 지지층의 표를 굳히기만 하면 당선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전략을 선택했을 거라 생각된다. 만약 박근혜가 보수의 이정희 정도 위치에서 공격수 역할을 하러 나왔다면 그런 정도의 생각을 한다고 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으로서는 절대 선택해선 안되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국민통합위원회라는걸 왜 만들었나?
 전두환에게 6억원을 받았다고 순순히 시인한 것은 많은 비난을 받겠지만 오히려 내게는 솔직한 모습으로 보였다. 어차피 다 아는 사실, 어물쩍 넘어가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과거사 문제에서는 가해 당사자라고도 할 수 있는 박근혜로서는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큰형님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전략이었다. 안철수 지지자 표를 끌어와야하는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그렇다고 좋다고 보지도 않는다) 연출 방법이 밋밋했다. 전략에 따른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거의 연구하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 정권에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47명이 감옥에 갔다"고 말한 부분 외에는 인상에 남는 표현이 없다. 정책을 제안하고 동의를 얻으려는 것은 좋지만, 그 내용을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사법을 준비해야 했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사례를 제시한다든지, 비유를 든다든지 하는 것이다.
 조금 어눌한 발음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수도 있을 것이다. 목소리 자체에 힘이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친노를 비난하는 프레임이 잘못됐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한계도 잘 알고 있고 이를 극복할 준비도 돼 있다'는 자세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의 수사법을 좀 배워야 한다. 우선 쉬운 말을 쓰고, '가슴아프다''찬바람이 씽씽' 등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많이 동원했다. 이정희에게서도 표현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정희
 표현 방법에서 가장 돋보였다. 전략적으로도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고 그것을 가
장 잘 활용했다.
 박근혜를 집중 공략하면서 그녀의 후보 자질을 근본적으로 문제 삼았다. 쌍용차 해고자, 현대차 비정규직, 급식노동자 등 구체적인 피해자 사례를 제시했고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 6억 선물 등 박근혜를 공격할 수 있는 사례도 잘 활용했다. 중도표를 구하려 하거나 다른 후보의 동의를 얻으려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자신의 역할을 공격수로 삼았기 때문인데, 현실적으로도 적절했다고 본다. 이런 전략이었기 때문에 발언시간을 넘기고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질문과 답변을 했다.
 이정희가 왜 이런 전략을 쓸 수 있었냐하면, 통합민주당을 잘 모르는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을 예쁘게 선보이고 마음을 열어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아예 포기했기 때문이다. 당장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정희 개인에게나 통합진보당에게 조금은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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