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때문에 쪽팔렸던 순간

월드컵 때문에 생각났다.

일본 대신 파라과이 응원한게 창피하다는 사람들 때문에.. 농담을 못 알아듣고 터무니 없이 진지하신 분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있었떤 일.

그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이렇게 말했다.

"I am the CEO of the Korea Incorporated."


 다 아시겠지만, 무슨 뜻이냐면 "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입니다"라는 말이다.

기업가의 입장에서 기업처럼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말이었다. 아주 자랑스럽게, 자기가 CEO충신이라서 그랬겠지만, 당당하게 선포했다. 9시 뉴스에 나와서 나도 봤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외국 사업가들의 표정이 조금 당황스러운 것 같았다. 잠시, 한 1~2초 쯤 침묵이 흐르더니 그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마지 못해 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장면 보고 나는 정말 쪽팔렸다.

왜 그랬냐고?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건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런 표현이 처음 나온게, 1980년대 일본을 향해 미국에서 'Japan Inc., 주식회사 일본'이라고 부른게 시초인데, 당시 이 표현은 일본의 경제성장을 놀랍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온 표현이기도 하지만, "돈 밖에 모르는 일본"이란 뜻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 일본인을 일컫는 또 다른 표현이 'economic animal'이었다. 경제동물. 돈만 알지 인간이 아니란 말이다.

당연히 일본도 이 표현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문화국가 일본이란 이미지를 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아니메를 무료로 외국 TV에 틀어주고 콜롬비아 영화사를 인수해 헐리우드 영화에 일본 사람을 '멋진 아시아인'의 이미지로 등장시켰다. 스시를 고급 음식으로 수출하고 일본 영화제도 연중행사로 열었다.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오늘날 '쿨 재팬'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주식회사 일본'의 이미지와 '쿨 재팬'의 이미지는 얼마나 다른가.

이렇게 다른 나라는 '문화국가'가 되기 위해 애쓰고 '돈만 아는 경제 동물'에서 탈출하기 위해 없는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는데...그것도 이미 30여년전부터..

우리나라는, 21세기에 들어와서 대통령이란 사람이 스스로

"저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입니다"라고 선언을 했으니....

아아아 나는 그날 9시 뉴스를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 다음날 도하 각 신문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크게 다뤘다. 누구도 비판하지 않았다. 언론인들 중에서 이걸 쪽팔리게 생각한 사람이 분명 나 말고도 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한번 니 하고 싶은데로 해보라는 뜻이었을까...

아...

오늘 문득 다시 이 일이 생각났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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