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이 옳았나, 심상정이 옳았나

 

메인뉴스 - 6월25일(목),7시 <노회찬대표 강연회 - 이명박 정부의 실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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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불과 0.7% 차이로 패배하면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에게 화살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3%의 표를 얻은 노 후보가 한 후보와 단일화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 아니냐는 것이죠. 이른바 노회찬 혹은 진보신당 책임론.

 

그 논쟁을 대략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처음 논쟁이 나온 것이 <한명숙 패배에 대한 노회찬 책임론>이었지요.

2. 거기에 대해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그게 어떻게 노회찬 책임이냐, 이런 반박이었고,

3. 책임론에 공감하는 분들은 진보신당의 태도가 꽉 막힌 것이라고 비판했고,

4. 진보신당 지지 입장인 분들은 상대방이야 말로 꽉 막혔다고 재반박했고,

5. 그 뒤엔 서로 왜 그따위로 말하느냐는 욕설과 흥분...

 

어쨌든, 누가 먼저 욕했냐(이건 개개인이 상대방의 어떤 글과 반응을 먼저 접했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 이런 수준까지 왔다가 이젠 조금 시들해진 것 같습니다. 애들 싸움 같기도 하고 말이죠.

 

어쨌든 부각되는 것은 같은 진보신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였으면서 끝까지 완주한 노회찬 후보와 중도포기하고 야권 단일후보 지지를 선언한 심상정 후보의 대조적인 선택입니다.

 

둘 중에 누가 옳았냐, 사실 이 제목은 클릭을 끌어들이기 위한 낚시구요 ^^.  아래 글은 이번 논쟁을 보면서 제가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입니다.

 

사실 이런 제목을 생각했습니다.

 

머리의 언어, 가슴의 언어

 

 


논쟁 과정에서 제가 발견한 것은, 머리의 언어와 가슴의 언어가 엇갈리면서 서로간의 오해를 증폭시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명숙 지지자들이 진보신당(원)들의 언어 중에 가장 분노한 것은 이 것인 것 같습니다.

 

한명숙과 민주당은 한나라당 다음 가는 차악이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보기에 이 문장은 진보신당이 한명숙 서울시장을 오세훈 서울시장 만큼이나 혐오했고 막으려 했다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이 문장은 쉽게 말해서 '선거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다'라는 정치학 원론의 언명을 명심하자, 그런 지극히 차가운 머리에서 나온 언어입니다. 진보신당 같은 소수정당은 언제나-특히 선거국면에서는 더더욱- 왜 우리가 존재해야 하느냐 하는 질문에 직면할 수 밖에 없고 결국엔 이런 표현을 찾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명숙 후보 지지자들이 이 말을 가슴 속에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면 야속하기 짝이 없는 놈들,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느냐, 이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서로 소통이 안되고 논쟁을 할수록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라고 봅니다.

 

 

반대로 노회찬 지지자들이 열 받은 한명숙 지지자들의 주장은 이것인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는 반 MB와 4대강 저지 세력이 대동단결해야 하는 선거였다. 단일화 실패로 이를 이루지 못한 노회찬과 진보신당은 배신자다.

 

 이것은 아마도 선거가 끝난 뒤의 결과가 너무나 아쉬우니까 탄식으로 나온 말이겠지요. 머리보다는 가슴에 가까운 언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선거가 끝난 마당에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이니까요.

 

그런데 진보신당 입장에 공감하는 사람에게는 이 문장이 '자기가 생각하는 정치 노선에 모든 사람들이 다 따라와야 한다는 식의 파시즘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머리로 따지면서 해석한 것이죠.

 

 진보신당 지지자들은 다시 논리적으로-머리로-대응했습니다. 한명숙 후보의 과거 행적을 꼬박꼬박 따지기도 하고, 정치의 역사와 진보신당이 밟아온 길을 늘어놓기도 하고, 선거 이전에는 가만히 있다가 왜 선거가 끝난 뒤에 그러느냐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머리로는 맞는 말이죠.

 

 하지만 가슴으로 울분을 토했던 분들에게 이런 대응은 오히려 '니들이 그렇게 잘났냐'라는 환멸을 불러 일으킨 것 같습니다.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시는 분들-한명숙 지지자들과 많이 겹치시겠죠.-은 가슴이 따뜻하다는 것이 특징이지 않습니까. 나쁜 뜻이 전혀 아닙니다. 그만큼 정치공학 같은 숫자놀음에는 무관심하고 가장 상식적으로, 가장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사고한다는 뜻이니까요.

 

 오히려 이런 점은 진보신당이 배워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쪽은 머리의 언어로 말하고 받아들이는데 반대쪽은 가슴의 언어로 말하고 받아들인 것 - 이런 언어의 차이가 그 뒤에 이어진 서로간의 욕설과 비아냥, 조롱, 분노, 저주, 이런 것을 파생시킨 것 같습니다.

 

 결국 그런 분노의 감정은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주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한명숙 지지자나 노회찬 지지자나 상대를 향해 심한 말을 던진 분들 모두가, 그 점을 알면서도 감정을 참지 못하고 쏟아냈던 것일 겁니다.

 

 쏟아낸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지만, 이만하면 이제 부정적인 영향만큼이라도 최소화하도록 좀 수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잖겠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런 것입니다.

 

한명숙을 지지했던 분들이나 진보신당을 지지했던 분들이나,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던 45%, 혹은 오세훈을 지지한 25%(55% 투표율에서 오세훈이 47.4%를 얻었으니까 실제 유권자의 25% 정도 되겠죠?)를 제외한 나머지 75%라는 큰 대중을 향해 정치를 하라, 그러면 민주당이든 진보신당이든 희망은 있다, 이 것입니다. 서로를 향해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던지지 말고 언어를 던지는 방향을 바꾸라는 말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기껏해야 3% 밖에 안되는 골통 진보신당 지지자들과 치고 박고 싸워봐야 뭐합니까. 나머지 45%가 오히려 공략하기 더 쉽죠.

 

진보신당 입장에서도 숫자가 훨씬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과 싸워봤자 손해죠. 서로 언어가 다르니까-논리의 언어와 감성의 언어-어차피 설득도 안되구요. 나머지 45%에게 다가갈 길을 찾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나은 선택이죠.

 

소수파인 진보신당에게 조금 더 당부하고 격려하고 싶은 말도 있습니다.

 

머리의 언어도 지금보다 더 명확하고 선명해져야겠지만, 가슴의 언어도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정치적 감성을 더 키워야 한다고나 할까요.

 

진보신당은 그동안 몇차례의 선거와 짧은 정계활동을 겪으면서 현실 정치는 것이 무슨 운동권 팜플렛 써서 세미나하면서 의식화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몸으로 깨닫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 감성적으로 체득하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진보신당에서 정치적 감성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바로 심상정과 노회찬, 이 두분일 겁니다. 그래서 두 분은 진보신당에게는 여전히 소중한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노회찬씨의 경우 선거 뒤 후폭풍으로 조금 상처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선거에 나오지 않은 45%에게는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을 보고 진보신당을 잘 몰랐던 분들도 '이런 당과 후보도 있구나'라고 오히려 존재를 보여준 면도 있다고 생각하고 힘을 내시면 좋겠습니다.

 

또 심상정씨의 고뇌에 찬 결단도 존중합니다. 당 내에선 절차적인 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사실 거기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심상정씨의 선택과 노회찬씨의 선택이 선거국면에서 하나로 융합되기 힘든 선택이라는 점이 진보신당 입장에선 답답하긴 하겠습니다만, 진보신당을 대표하는 두 분이 그런 상반된 선택을 했다는 것은, 진보신당 안에서 여전히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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