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왜 죽었는가?

"노무현이 왜 죽은 거 같노?"

얼마전 중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다.

송년회 시즌이니까.

한 친구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기자니까 뭔가 답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자니까 어물쩍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대충 얼버무리려하는데,

내게 질문을 던졌던 친구가 스스로 답했다.

"내 생각에는, 쪽팔려서 죽은 것 같은데..."

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쪽팔려서 죽었다......

모두가 말하기는 꺼려하지만.... 결국 그의 가족이 박연차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니까...

서울에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차창 밖을 보며,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쪽팔려서 죽었다.......

친구의 그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맞다.

그리고 그건 노무현에게 쪽팔린 일이 아니라, 대단한 일이다.

수천억의 뇌물을 받아쳐먹고도 "내게는 29만원 뿐이오"라고 말하고도 쪽팔린 줄 모르는 인간도 있는데....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며 시장에 찾아가 목도리 벗어주고 오뎅 사먹으며 사진 찍어놓고는 다음날 서민 지원 예산을 없애버리고 대기업 삽질 예산 챙겨주면서도 쪽팔리는 줄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힘있고 돈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한 없이 부드럽고 너그러우면서도, 생존권으로 시위하는 사람들에게는 법질서 어기면 엄벌하겠다고 으르렁거리면서도 쪽팔린 줄 모르는 사람이 즐비한데,

쪽팔리는 일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한 사람, 또 그런 철면피를 마치 메시아의 현신인양 신봉하는 이들이 저렇게 많은데...

그런 세상에서, 자기가 한 일도 아니지만 집에서 한 일이라고, 깨끗하다고 자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실망시켜서 죄송하다고, 폐만 끼쳤다고, 그러니 누구 원망하지마라고...

노무현 같이 앞으로 할 말도 많고 할 일도 많은 사람이 자기의 목숨을 던졌다는게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그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쪽팔린 줄 모르는 이 세상에서...

나도 눈 질끈 감고 쪽팔린 짓 한번 해볼까... 하는 우리의 마음에...

청천벽력처럼 뛰어내린 그 사람....

그 마음...이 우리 마음에 철퍼덕, 내려 앉았기 때문에 그렇게 울었던 것 아닐까.

아... 이렇게 살아있다는게 쪽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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