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도시 빈민 연구 - 상파울루의 사례




 19세기중반까지만해도 상파울로는 브라질의 커피를 배에 실어 보내는 작은 무역 도시였다. 20세기 들어와 도시는 사회계층적으로 분리됐다. 부유층은 중심지의 고지대에 살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철길을 따라 강변에 살았다. 비가 오면 빗물이 넘치는 지역이었다.

 19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도시화가 급격히 이뤄졌다. 농촌 지역에서 온 사람들은 빈터라면 아무 곳에나 판자집을 짓고 살았다. 1960년대에는 군부정권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4만명을 내쫓는 등 판자촌을 강제철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1971년에는 상파울로 도시 마스터플랜이 처음으로 시행됐지만 파벨라가 형성된 도시 주변부는 계획에서 제외됐다.

 ‘부유한 도심-가난한 주변부’라는 패턴은 1970년대 말에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시 전역에서 가난한 이주민이 늘어났다. 1980년대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도시 주변부에는 파벨라(favelas)라는 판자촌이 커졌고, 도심에서는 코르티수(corticos)라는 단칸 셋방이 등장했다.


 파벨라 : 판자 깡통 심지어는 종이상자로 만들어진 판자집. 불법 점유지에 자기 집을 지은 형태다. 사회 경제 위생 교육 등 복잡한 도시 문제의 집합체.

 코르티수 : 다가족 집단 거주지로, 도시 공터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주로 도심에 있으며 세입자들이 좁은 공간을 나눠쓴다. 한 집을 여러명이 임대해 시간대별로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코르티수는 1980년대 초 파벨라가 급속도로 증가하기 전까지 상파울로의 대표적인 슬럼 형태였다. 코르티수 가운데 절반은 애초부터 임대용으로 지어진 것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도시 중산층이 쓰다 버린 건물이었다.

 80년대 브라질에서는 거대도시 중심부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공동화 현상이 벌어졌다. 도시 주변부는 전체 도시성장률의 2배가 넘게 성장했지만, 상파울로의 경우 공업도시에서 서비스 상업 도시로 변모하면서 사회계층이 분화됐고 빈부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졌다. 이런 과정 속에서 파벨라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소유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파벨라는 도시 주변부를 넘어 도시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도시의 거의 모든 빈 공터를 파벨라가 점령했다.

 코르티수는 19세기부터 존재했던 합법적인 형태의 거주이지만, 파벨라는 비교적 최근의 현상으로 불법적인 형태다. 코르티수 거주자보다 파벨라 거주자가 3배 더 많다. 1988년 도시 분산화와 자치 계획이 다시 시행됐지만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별다른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1989년 집권한 노동자당은 빈민들의 거대한 불법도시 파벨라를 정상화하려고 노력했다. 1990년대 초 파벨라에 처음으로 광범위한 액션 프로그램이 시행됐다. 첫 2년 동안 4만1000 가구가 혜택을 입었다. 10년간 시행된 이 계획에는 3억2200만 달러가 투입됐다. 현재도 파벨라를 위한 새로운 액션플랜이 시행돼 향후 3년간 5만2000명의 슬럼 거주자들의 소유권을 합법화하고 이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며 다른 사회적 프로그램과 연결하는 계획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며 종종 다른 이유로 변경되는 등 큰 영향을 일으키지 못한다. 브라질은 양극화가 너무 커 모든 국민을 위한 공동의 계발 계획이 쉽게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슬럼의 개선은 파벨라를 합법화하면서 토지와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로 인해 파벨라 안에 또다시 슬럼이 출현했다. 즉 판자집을 철거하고 세워진 건물이 코르티수가 되는 현상이 되풀이된 것이다.

 상파울루에서 파벨라는 1990년대 걸쳐 연평균 16.4%씩 성장했다. 1973년 인구의 1.2%에 불과했던 파벨라 거주 인구는 1993년 19.8%로 늘어났다. 공공시설과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이다.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상파울루의 쿠바탕(Cubatio)은 송유관-화학공장-정유공장 바로 옆에 위치한 슬럼 지구로 세계에서 가장 공해가 심각한 곳 중 하나다.

 상파울로 급수의 21%를 담당하는 구아라피랑가 저수지에도 파벨라가 형성되면서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매년 17만톤의 화학약품을 퍼붓는다. 파벨라의 절반이 식수원이 되는 저수지 주변에 있다. 판잣집에서 버린 쓰레기가 곧바로 저수지로 흘러간다. 심지어 조류가 엄청나게 번식해도 정부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나머지 파벨라의 절반(전체의 4분의1)은 산비탈에 위치해 있다. 비나 지진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슬럼 거주민들이다.

 올해 8월24일에도 상파울루 외곽의 파벨라 카파오 레돈도에서 800채의 집이 강제 철거됐다. 최류탄과 총을 든 경찰이 주민을 진압해 2000명이 이삿짐 챙길 틈도 없이 쫓겨났다. 주민들은 “이렇게 쫓겨나느니 차라리 집을 불태우겠다”며 항의했다.

 파벨라와 반대로 도심의 코르티수는 최근까지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도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면서 오히려 집세가 폭등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유엔해비타트의 연구에 따르면, 상파울루 코르티수 1평방미터의 집세가 공식가격보다 약 90%나 더 높았다. 집주인은 대부분 중산층이다.

 상파울루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코르티수에 2∼3채의 집을 보유하고 코파카바나에서 휴가를 즐긴다. 상파울루 북서쪽의 알파빌 Alphaville은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화된 요새도시로 ‘장벽도시’라 불린다. 완벽한 사유도시인 이 곳에는 800명이 넘는 사설경찰이 있다. 도심까지는 고속도로를 통해 직접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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