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회고록을 읽고

'성공과 좌절'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노무현 회고록을 오늘 샀다. 그리고 방금 다 읽었다.

 

모레 출장 갈 때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이 책을 찾아 시내 서점을 돌아다녔는데 아직 서점엔 깔리지 않았다. 포기하고 회사로 들어오는데 헉! 회사1층 볼룸에서 노무현재단의 강연 행사를 하는데 거기서 이 책을 팔고 있었다. 마치 파랑새를 찾아 헤매다 집에 돌아와 파랑새를 찾은 치르치르와 미치르 같은 기분!

 

퇴근길에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려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쓴 회고록의 목차와 구성을 한자한자 읽어내려가는데, 한줄한줄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납덩이처럼 가라앉았다.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성공과 영광의 기억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기억들이다."

 

그는 자신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실패담이 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실패는 당하는 사람에게는 뼈아픈 고통이다. 그것도 회복이 가능하지 않은 실패인 경우에는 죽음과 다름이 없는 고통이다."

 

내 생각에,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이 아니다. 단지 끝까지 정치적 이슈의 한복판에 있었던 것이고, 그렇기에 정당한 평가를 받기보다는 정치적 공격에 시달렸다. 그것은 조중동이나 한나라당, 이명박과 그의 검찰만의 문제는 아니다. 끝까지 그를 정치적 인물로 추종한 이른바 노사모 세력도 노무현을 '퇴임한 대통령'으로 놔두지 않았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그를 정치의 전선에 내세웠다. 그것은 노무현의 뜻도 아니었다.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한명의 피의자로서 남기를 바랬지, 정치적인 저항자가 되고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19~20쪽)

 

게다가 그가 쓰려고 했던 '성공과 좌절'이라는 제목의 회고록 구성을 보면, 실제 완성됐다면 상당히 깊이가 있으면서도 생생한 경험담이 녹아들어간 회고록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와 세계질서에 대해 그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의 질문과 짧게 남긴 생각의 편린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다시 한번, 안타깝다. 그가 지금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고, 늘 사람 사는 세상을 외쳤던 그는, 결국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던져야 했다.

 

그가 얘기하고 행한 것은 크고 긴 것이었는데, 세상은 그걸 작고 짧은 이야기와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반대하는 사람들도, 왜 그리 뜨거웠던 것일까?

 

그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우리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무거운 가슴을 안고 책장을 넘기면, 생전에 남긴 글과 육성을 더 접할 수 있다. 인터넷홈페이지의 비공개카페에서 참모들에게 남긴 글들이 실려있고, 퇴임 직전과 직후에 인터뷰한 내용도 주제별로 정리돼 있다. 특히 인터뷰 녹취록 부분은 그가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전해주기도 하고, 그가 살아서 말하는 듯 생생한 목소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책장을 덮는 순간에는, 인간적인 연민과 아쉬움보다는 그의 경륜과 사상 속으로 조금은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그가 남긴 이야기에 내 생각을 덧붙이며 대화하고 싶어지는 충동이 생긴다.

 

그가 생각한 민주주의, 대통령, 정치... 이런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면서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뜨겁지 않게, 천천히 말이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월호 7시간, 박근혜 청와대의 거짓말

아래한글로 전자책 만들기 hwp2epub

“저도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요” 테너 박현재 서울대 교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