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실손 보험 대소동

의료비를 100% 보장해주는 보험의 판매기간이 7월31일까지였다.

 

보험사마다 막판 가입자가 몰리면서 대소동이 빚어졌다.

 

아마 손해보험사 직원들은 지금까지도 입력작업하느라 밤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씁슬한 것은, 국민의료보험은 보험비가 3000원만 올라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한달에 3만원짜리 사보험은 못 가입해서 안달을 하는 이런 풍경.

 

이런 풍경이 씁슬한 이유는, 현실을 잘 살펴보면 내게 닥칠 불행을 피하려고 발버둥치면서 모두가 함께 불안에 빠져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에 가입해 1인당 한달에 3만원씩 보험료를 낸다면, 4인가족이라면 한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만약 만기에 돈을 어느 정도 돌려받는 적립식에 가입했다면 이보다 4배 쯤은 많을 것이다)

 

7월말에 맞춰 서둘러 의료실비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만약 우리나라 병원을 모두 공짜로 할테니 국민의료보험 보험비를 한달에 8만원씩만 더 내자고 했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 "툭하면 병원 찾아가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불필요한 진료비 약값~ 그걸 왜 내가 다 부담해야 한담?" 그러지 않았을까?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철밥통에 고임금이라서 내가 낸 보험료를 까먹기만 한다느니, 비효율적이라느니 하는 비난을 할 사람도 있을것이다.

 

사실은 어떨까?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의료비로 지급한 돈은 26조5000억원.  1년간 낸 국민건강보험 금액은 24조원 정도. 여기에 보험공단의 운영수익과 정부에서 3조, 담배값에서 1조원 정도의 돈을 더 받는다. 공단은 전체적으로 1조366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의료비 중에서 공단이 지급하는 보험금은 보통 70~80% 정도다. 그러니 지난해 온 국민이 병원과 약국에서 쓴 전체 의료비는 약 33조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실제로 내는 사람이 약 1000만명이니까, 1인당 1년에 265만원, 매달 24만원 정도 내고 있는 셈이다. 직장인의 경우 절반은 회사에서 내주니까 12만원이라고 보면 되겠다.

 

무상의료를 실현하려면 여기에 약 20~30%, 그러니까 매달 직장인은 3,4만원, 지역가입자는 7,8만원 정도 더 내면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온 국민이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하느라 발버둥치면 돈을 더 많이 쓰게 되고 거기서 소외된 사람도 적지 않지만, 온 국민이 다 같이 국민건강보험을 실손형 의료보험, 즉 무상의료보험으로 만든다면 돈은 훨씬 적게 들고 온 국민이 다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블로그의 타이틀과 관련이 있는 착한 경제의 패러다임이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더 적은 부담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100% 의료실비 보장이라고 해서 다 공짜로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다. 보통 입원비는 하루에 10만원까지만(그것도 3일째부터), 진료비와 입원비 수술비 다 합쳐서 1년에 3000만원까지만 보장되는 등 한도가 있다. 암수술 등 수술비가 많이 드는 질병에 대비해서 다시 특약을 가입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과가 실손형 보험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또 손해보험사는 보통 3~5년마다 보험을 갱신한다. 이때 보험료도 오르고, 보험금을 너무 많이 타먹은 사람, 즉 병원에 너무 많이 간 사람은 재가입을 안 받아주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지금도 실손형 보험에 서둘러 가입하고 싶어도 올해 병원에 입원한 기록이 있는 사람은 가입을 못하고 있다. 100% 실비보전 보험에 가입했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끝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은 현재 1인당 치료비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6개월간 병원비가 보험금을 제외하고도 300만원이 넘으면 나머지는 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것이다. 물론 보험적용이 안되는 비싼 진료와 특진료, 4인실-2인실-1인실 같은 상급입원실, 특식 등은 제외여서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민간 의료실손보험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 안되는 진료에 대해선 MRI나 특진비 등을 제외하고는 실비보장을 안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손보험이라는게 눈가리고 아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금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대부분 30~40대일텐데 이 사람들이 나이 들어 병원을 자주 찾게 될 때에 벌어질 일이다.

 

두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범위가 더 넓어져서, 실손보험이 별로 쓸모가 없는 경우다. 예를 들어 한달에 3만원씩 30년을 쏟아부었는데 정작 병원에서 자기가 부담해야할 돈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 헛돈만 쓴 셈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래도 손해보험사 직원들의 일자리를 유지해주고 온 국민의 의료혜택은 더 넓어져 있는 경우이니 자기 혼자 손해본 것만 빼면 긍정적인 상황이다

 

. 둘째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범위가 더 줄어든 경우다. 이 경우 실손보험을 가입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역시 실손형 보험의 보장범위도 축소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적용대상의 축소, 적용금액의 축소-물가상승분과 자기부담금 확대를 감안했을 때). 또 실손보험을 믿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게 되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막대한 운영적자로 흔들리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입장에 처하긴 하겠지만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다.

 

첫번째가 착한경제의상황, 두번째가 나쁜경제의 상황이다.

 

우리는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할까?

 

아직도 과연 '착한경제'가 정말 착한 것인지 미심쩍다면, 이런 수치도 있다.

 

 손해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중에서 다시 고객에게 지급한 돈은 약 80% 안팎이다. (생명보험사는 더 낮아서 60% 안팎이다.) 반면 국민의료보험은 100만원을 냈다면 약 108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정부지원금과 담배 판 돈으로 보조를 받아서 메운다. 바로 2009년 현재의 이야기다.

 

국민(고객)이 낸 보험료 중에서 운영비용에 쓰는 돈은 어느 정도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체 예산 중 약 4% 정도를 관리운영비, 즉 직원들 월급주고 의료보험의 좋은 점을 알리는 홍보비 등등으로 쓴다.

 

반면 손해보험은 17%, 생명보험은 20%를 관리운영비에 쓴다. 이 중 상당수는 영업비, 즉 '보험설계사'들의 판매수당으로 돌아간다. 2005년에 손해보험사를 통해 지급된 보험금은 약 18조원이다. 고객들이 낸 보험료는 약 23조원이다(의료실손보험 뿐만 아니라 자동차 보험 화재보험 등 포함된 금액임).

 

뭔가 생각을 달리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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