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 임영신이 말하는 대안의 여행

여행에도 나쁜 여행이 있고, 착한 여행이 있다?

 

이매진피스(Imageine Peace)라는 평화운동가 그룹의 임영신-이혜영씨가 쓴 여행 가이드북 '새로운 여행에 대한 즐거운 상상, 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은 착하고 인간적인 여행을 안내해준다.

 

이 책은,

 

1. 관광지 방문증명사진만 찍고 돌아다니는 여행에 지쳐 '이게 수십 수백만원 들여서 올 가치가 있는 여행일까'라고 한번쯤 회의감을 느껴보셨던 분들,

 

2. 싼 값에 패키지여행을 갔다가 원하지 않는 몸보신 쇼핑만 실컷한 분들,

 

3. 여행을 다니면서 '이 곳에서 사는 사람은 어떻게 지내는 걸까, 한번쯤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며 혼자서 답답해하다 돌아오신 분들,

 

4. 혹은 후진국 관광지의 5성 호텔(혹은 고급 리조트)에서 수건과 물과 음식과 전기를 펑펑 쓰고 방을 어질러 놓고 나와도 지금 이때까지도 '이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들이 뒤적여 볼만한 그런 책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분인 임영신씨를 오늘 만났다. 목사님 사모라고 하시는데, 강연도 많이 하셔서 그런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으셨다.

특히 올해 1월에 다녀온 성지순례의 소감을 여러 번 말씀하시면서 조금 다른 성지순례도 가능하다는 걸 강조했다.

 

인터뷰 전문을 임영신씨가 완전히 다시 읽고 보충해서 2배 분량으로 늘어났다. 무려 원고지 144매! 엄청 길긴하지만, 미인과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혹은 여행에서 쓸 수십 수백만원을 아끼기 위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촬영 : 국민일보 강민석 기자

- 지난 주에 제주도 휴가 갔다 오셨다면서요?

제주도 강정마을 강정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어요. 해군기지 들어오는 것 때문에 마을이 갈라지고, 교회도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죠. 강정마을은 제주 올레길에서 가장 유명한 7코스 중 마지막 부분이에요. 주말이면 1000∼2000명이 마을 길을 지나간다고 하시더군요. 그분들이 이왕이면 그 마을에서 밥도 먹고, 주민들 이야기도 듣고, 기왕이면 하룻밤 민박도 하며 해군기지 문제로 농사도 내려놓고 그 문제에 매달려있는 마을분 들께 격려를 보내고 마음을 나눈다면 그것이야말로 공정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책 낸 뒤 제주에서 공정여행에 관한 강연을 처음 했는데, 제주 분들과 만나면서 무척 놀랐어요. 제주에서는 어릴 때부터 “표준말 써라, 더럽게 하지 말아라.”이런 말을 들으면서 자라왔다고 하시는 대목에선 마음이 시큰해 지기도 했죠. 가이드가 사투리를 쓰면 서울 사람들이 웃어버려 마음이 상했던 경험들, 또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고 거대한 리조트나 호텔에 세워지는 것을 그저 묵묵히 바라보아야 했던 긴 시간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관광와서 돈 써주면 고마운 줄 알지..”라는 태도를 보일 때 가장 힘들었다고 하시네요. 관광지에서 살아가는 일이 주민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댓가를 지불하게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시간들 이었어요.

 

-휴가로 가신게 아니었나요?

일로도 가고 휴가로도 갔죠. 앞의 며칠은 강정마을 평화여행 일정이었고, 후반에는 가족들이 책 쓰느라 일년 간 함께 시간을 못 보내 가족들과 함께 제주 여행을 했어요.

 

- 제주에서도 공정여행을 할 수 있나요?


공정 여행이란게 꼭 외국을 가는 것이나 특정한 곳을 가야 하는 건 아니에요. 가능하면 제주분들이 하시는 식당을 찾아 밥을 먹고, 숙소도 이왕이면 제주분들이 하시는 곳에 머물고 제주에서 힘들어 하는 일들이 있다면 귀 기울이고, 소중히 가꾸어 가는 문화나 예술이 있다면  존중하며 마음에 담고, 바다나 산에 다녀오면 흔적 남기지 않는 걸음.. 그것이 공정여행을 만들어 가는 여정이겠죠.

 

-자제분들이 어떻게 되나요?

5학년 3학년 5살이에요.

 

-여행 가려면 짐 싸는 것부터 일인데, 임영신씨 댁에선 여행 짐을 어떻게 싸나요?

저희는 기준이, 자기가 멜 수 있는 만큼. 다섯살 꼬마는 조금 덜어주긴 하지만, 가능하면 짐 줄이고, 게임기 가져가지 않고, TV보지 않고... 그런 규칙을 만들고 함께 토론해서 일정을 정하고 그래요

 

-제주여행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제주에 머무는 동안 돌 하루방 공원이나 김영갑 갤러리, 또 몇몇 예술가들을 뵐 수 있는 자리가 있었어요. 사재를 털어, 또 여러 기회를 물리며 그곳에서 자신의 힘을 다해 제주의 예술을 담아가는 분들을 만난 시간이 참 소중했어요. 지금 40대 초중반의 또래들이라 친구로 지낸다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제주에서는 4.3때 모든 인재들이 다 죽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렇게 자기 예술을 가지고 제주의 문화를 꽃피우려 노력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 관계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만나고 무언가를 빚어가는 것은 4.3 이후 처음 있는 일이죠” 돌 하루방 공원에서 서울에서 내려온 노리단, 그리고 제주 예술가들이 함께 제주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예술들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참 소중했어요. 저희 꼬마들도 제주 꼬마들과 금방 친구가 되었고, 제주의 어린이들과 음악 속에 함께 어울린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네요.

 

이매진피스

 

-공정여행이 맞는 말이긴 한데, 여행 이란게 원래 쉬고 싶은 것이잖아요. 거기에 윤리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고 .. 피곤해지는 거잖아요. 여행에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많이 할 것 같아요.

공정여행 재미없을 것 같다, 피곤하겠다, 그런 이야기 몇 분이나 해 주셨어요. 또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떤 인터넷 서평에 한 분이, 자기는 호텔에서 수건을 마구 쓰고 물도 많이 쓰고, 팁도 찾기 어려운 곳에 숨기곤 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비로서, 방을 치워주시던 분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는 고백을 읽은 적이 있어요. 우리가 민박에 묶는 혹은 리조트에 묶든 그 모든 여행의 여정이라는 것이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 내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깨끗해지는 그 방이 내 어머니 같은 분들이 치워주시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마음, 그것이 공정여행의 기본이 아닐까 싶어요. 공정여행 가이드라인이란 걸 만들기도 했지만, 핵심은 그렇듯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회복하자는 이야기인 거죠. 밥 한 끼를 먹어도 함께 먹는 이가 맛있고 행복해 해야 밥을 산 사람도 기쁘잖아요.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나 중심으로만 생각했던 여행을, 여행에서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는 여행으로 바꾸어 가보는 거죠. 다 같이 행복하면 여행하는 우리도 더 행복한 여행이 되는 거죠.

 

 

-가이드 라인 10가지는 다 지켜야 하나요?

그건 어떤 규칙 같은 건 아니에요.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죠. 2007년 첫 공정여행 축제에 모인 여행자들이 워크샾에서 만들어 본 샘플같은 거에요. 한 대학생 친구는 인도 여행을 떠나며 자기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여행한 경험을 나누어 주었어요. “현지인의 숙소에 묶는다. 그들의 성지에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는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가는 곳마다, 여행마다 그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고, 그것을 기준으로 자기 여행을 돌아보는 작업, 그것이 공정여행 그 자체보다 소중한 여정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공정여행을 설명하는 “여행은 하는 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다. 소비가 아니라 관계다”같은 말들은 결국 여행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일 뿐이죠. 여행은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는.. 얼마 전 노컷뉴스의 이명주 기자가 공정여행 가이드북을 읽고 제주 여행을 다녀와 ‘공정여행 실천’이라는 네 번의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배를 타고 가서, 자전거로 제주 일주를 하며 현지 분들이 하시는 민박과 식당을 부러 찾아 다녀가며 꼼꼼히 공정여행 일지를 쓰셨더라구요. 제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만나 인터뷰도 하고, 물론 수영도 하고^^ 그 여행기를 읽으며 도리어 제가 공정여행이란 것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공정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좀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전 사실 여행을 좋아한 편도, 여행을 많이 해 본 편도 아니에요. 2003년 이라크로 향한 평화여행을 떠나며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 여행이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도, 한 사람의 삶을 바꿀 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된 거죠.

실제로, 2003년 가을에야 가이드 북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을 정도로 저는 여행 문외한이었으어요. 베이루트에서 독일로 가는데 처음으로 2주간 공백이 생겨 유럽을 혼자 여행하려니 가이드 북이 필요했던 거죠. 그전의 여행들은 워낙 가이드 북도 없는 것이었거니와 ‘여행’과는 다른 길들이어서 그제서야 가이드 북의 존재를 알게 된거죠. 아마 가이드 북이 없었더라면 혼자 유럽을 2주간 여행한다는 건 불가능했을 거에요. 하지만 이상하게 가이드북을 가지고 여행하게 되니까 자꾸 한국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게 되더군요. 또 저녁이면 사람들이 가이드북을 펼쳐놓고 저녁마다 오늘은 어딜 갔었나 서로 다른 정보는 뭐가 없나 이야기들을 나누는데..누구를 만났거나 무엇을 느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보았고, 먹었고,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어떤 기념품을 얼마에 샀는지 같은 이야기에 맴도는 것을 보고.. 배낭여행이라 하더라도 파리의 사람을 만나고, 그곳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여행에 가 닿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파리를 지나 독일이 다다라 그곳에서 30년 이상 살아오신 재독간호사 선생님들의 초대와 안내로 독일을 넉넉히 볼 기회가 있었어요. 함께 뮌헨 거리를 걷는데 거리에서 너무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거에요. 그때 누군가 “유럽은 역시 달라” 그랬더니 한 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하신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저 거리의 연주자들이 어떤 분들인지 아세요? 동유럽이 붕괴되기 전, 대부분 국립, 시립 관혁악단에서 일하던 분들이죠. 하지만 국가가 붕괴되면서 직업이 사라지자 호구지책으로 독일이나 서유럽에 넘어와 거리의 악사로 살아가게 된 이들이 많죠.”

 

 유럽에 대한 어떤 이미지와 환상이 깨어지며 현실 앞에 마주한 순간이죠. 그건 그렇듯 현지에 사신 분들의 깊은 시선이 없었다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일행들은 그분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깊이 경청하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바구니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돈을 넣었어요. 거리의 악사지만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그분의 음악을 듣고 박수를 쳐주는 것,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그렇게 인간에 대한 문화에 대한 존중이 살아있는 여행에는 감동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가장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필리핀에서의 일이었어요. 한번은  마닐라에서 홍수가 나서 길이 막혀 제 숙소로 못가고, 친구가 머무는 5성급 호텔에 긴급히 가게 된 일이있죠 프론트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우연히 한국 남자들이 그룹으로 들어와 필리핀 소녀들 데리고 오는 걸 보게 되었죠. 그 이후 세부에서 보홀에서 심지어 한국인 관광객이 거리에서 필리핀 여성을 성추행하고, 여성 가이드를 때리기도 했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얼굴을 들 수 가 없었어요. 여행은 자유지만, 그게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면, 또 내 여행을 위해 누군가 마실 물과 누군가 살던 공간이 사라졌다면, 그 자유에 대해 돌아 보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그게 2007년이었고, 그 해 겨울, “공정한 여행은 가능한가?”이런 주제로 토론을 시작하며 첫 공정여행 축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 근데 여행을 잘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낯선 분들에게 쉽게 다다가고 말을 잘 이어가는 분들이더라구요. 저는 기자지만, 어디 출장 갔다가 시간 있을 때 우연히 만난 분들과 얘기할 때도 있는데 몇 마디하고 나면 할 말이 없어요. 낯선 사람들과 잘 사귀는 건 특정한 분들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저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한국에선 이 일이 아니고선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차 한 잔 마시자고 하지 못하는 성격이죠. 하지만 여행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여행에서 저를 돌봐주고, 환대를 베풀어 준 수많은 이들과의 만남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위험을 당할까봐, 음식을 제대로 못 먹을까봐. 여행하면서 만난 경험이 너무나 소중한 거에요. 그 중엔 나쁜 만남도 섞여 있지만..좋은 만남, 환대를 받아본 경험들이 점점 마음을 열게 하는 거죠. 전 영어도 32살에 배웠어요. 이라크에 가기 위해서 배웠어요. 제가 ‘하우머치 이즈 잇’도 못했거든요. 여행하면서 영어가 계속 늘고, 그러면서 새로운 만남이 계속 생겼어요. 새로운 자아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인 거죠. 여행하는 친구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거에요.

-그럼, 한국에서 공정여행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2007년인가요?

2007년은 한국여행사에 어떤 분수령이 되었던 해죠. 그해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최고치인 1천 3백만이 출국했고, 뉴스에선 연일 황제관광이나 골프관광 같은 한국 여행자들의 백태가 사회 문제로 들어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뉴스들이 반복되며 대안이 없기 때문에 뉴스에만 식상해져 가는 상태였어요. 2007년 12월 처음 시작된 공정여행 축제는 그렇게 문제가 되는 여행에 대한 토론보다는 “새로운 여행, 다른 여행. 대안적 여행”을 경험한 이들이 모여, 자신들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며, 자기의 여행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길이 되고, 그것이 사회의 대안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모여 만든 새로운 공간이었죠.

그 자리엔 세계일주 크루즈를 마치고 돌아온 친구들, 미국의 친구들과 홈스테이로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친구, 배움의 여정으로 고등학교 내내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온 제천 간디학교, 이우학교, 하자센터의 청소년들, 장기 자원봉사를 마치고 생이 변했다는 친구... 다양한 여행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경험과 정보를 풀어놓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지속적으로 나누어 가기 위해 공정여행 카페를 만들었죠.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 놓는 것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때 모인 사람들이 함께 만든 공정여행의 정의는 “여행하는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이들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여행, 내가 쓰는 돈이 지역과 지역의 사람들에게 돈이 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과 동물들이 지켜지는 여행, 여행을 통해 평화가, 나눔이 번져가는여행, 함께 행복한 여행”.. 이런 다양한 정의들이 나오고, 지금도 여전히 저마다의 정의가 만들어져 가고 있죠.

 


-그렇다면 해외에서의 공정여행 운동 어떤가요?

저도 공정여행 책을 쓰며 해외 자료를 조사하다가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어요.보통 공정여행, 책임 여행 이런 운동들이 1980년대 말, 영국의 투어리즘 컨선, 미국의 글로벌 익스체인지 등이 시작되며 태동되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자료에 의하면 이미 1070년대 초반에 교회에 기반을 두고 세계를 여행한 여러 인권 그룹들이 관광개발과정의 폐해와  목격하고 그것에 대해 조사하고 기록해 목소리를 내는 활동들을 시작했다는 사실이에요.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는 1970년대부터, 그렇게 관광 현장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나 공동체파과, 문화의 붕괴 등을 조사하고 사실을 전하는 투어리즘왓치(관광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구요. 그와 동시에 대안적 관광에 대한 고민들이 생겨나며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여러 여행들을 시도해 온 역사가 있는 거죠. 지금도 스위스에 센터가 있고,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간을 하고 있어요. 사실 지금도 단일그룹중 가장 여행을 많이 하는 그룹은 교회들 아닐까요? 때문에 교회의 공정여행 운동은 매우 절실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교회들이 하고 있는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난 1월엔 예루살렘에 머물 때의 일이었어요. 주일날 찾아간 루터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우연히 EAPPI 조끼를 입은 친구들을 발견해 호기심에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들이 이스라엘에 온 건 세계 에큐메니컬교회운동 그룹들이 함께 돈을 모아, 각 나라의 청년들을 훈련해 3개월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보내는 ‘평화적 동행자((EAPPI, ‘Ecumenical Accompaniment Programme in Palestine and Israel’)’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친구들이 하는 일은,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으로 마을과 학교 사이에 놓인 담을 넘어야 하는 아이들의 등하교 길에 함께 하는 일, 갑자기 불도우저에 집을 잃거나 그 과정에서 다친 이들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기록하는 일, 추수철의 농부들이 안전하게 올리브를 추수할 수 있도록 함께 올리브 숲에 들어가 올리브를 따는 일 같은 일상적인 일들이었어요. 하지만 그 일상을 빼앗기고 있는 이들에게 그들의 일상을 돕는 평화적 동행자들은 소중한 힘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이매진피스

 

그런 국제 그룹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내부에는 다양한 평화여행, 공정여행 프로그램들이 있었어요. 동예루살렘의 YWCA와 YMCA같은 지역 단체들, 이스라엘의 양심적 평화운동가들이 국제평화단체인 CPT(Cristian Peace Makers), 미국의 글로벌 익스체인지, 코드핑크 같은 여러 국제 그룹들과 봄과 가을에 올리브 여행 캠페인을 해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후 100만 그루 이상의 올리브 들이 뿌리 채 뽑혔죠. 올리브 숲이 사라지고 농부가 농사를 포기하면, 4년 후 그 땅은 국가 소유가 되고, 그곳엔 정착촌이 건설되는 수순을 밟아요. 때문에 해마다 우리 벼농사 같은 올리브 농장에선 수확철이면 소리없는 전쟁이 일어나는 거죠. 평화로운 올리브 숲을 위해, 추수를 위해 이스라엘의 평화그룹과 팔레스타인 농부들이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가을이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들이 팔레스타인의 올리브를 추수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날아오죠. 봄이면 올리브를 심기 위한 여행을 오구요. 그 올리브 오일을 공정무역으로 구매해 팔레스타인농부들의 삶과 숲을 지켜주는 일도 시작되었구요. 어떤 여행이 누군가에겐 ‘소비’일 뿐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생명을, 땅을, 삶을 지키는 관계가 된다는 걸 깊이 배운 시간들이었어요.

그러나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제가 교회에 소개해 드리고 싶은 프로그램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대안적 성지순례프로그램이에요. 저희 교회(안산동산교회)가 부목사 사역 7년하면 성지순례를 보내주는 제도가 있어요(임씨의 남편은 안산동산교회 평신도훈련원 이도영 목사다). 지난 1월 7년간 사역한 남편과 함께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떠나며, 이스라엘의 평화단체들에 대해 어떤 자료도 가져가지 않았어요. 일하지 않고 성지순례만 온전히 집중해야 겠다 생각한 거죠.

그렇게 도착한 예루살렘 성의 오래된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고 며칠을 예루살렘에 머물다. 하루는 베들레헴에 가는 버스를 탔어요. 그런데 그 버스가 어떤 거대한 콩크리트 벽 앞에 저희를 내려주는 거에요. 놀라서 잘못 내려준 것이 아니냐 묻자 사람들이 웃음 답해요

“저 장벽 너머가 베들레헴이에요”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에 가려면, 예수가 죽임을 당하신 골고다 언덕에서 태어나신 베들레헴에 가는 길이 그렇게 거대한 분리장벽으로 막혀 있었던 것이죠. 벨트를 풀고 모든 짐을 공항검색대보다 철저히 수사하는 검문소를 통과하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일 두 세번 씩 오가는 그 길에 지문 날인까지 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먹먹해 지더군요. 장벽을 넘어서자, 이스라엘 사람이라곤 찾아볼 길 없고, 팔레스타인 택시들만 줄지어 있었어요. 그러나 정작 크리스마스교회(예수탄생교회)에 다다르자, 거기엔 어디서 왔는지 전 세계의 성지순례 관광객들을 태운 이스라엘 관광버스가 쭉 줄 서 있었죠. 저희 택시 기사아저씨는 의아해하는 저희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베들레헴에는 이백 여개가 넘는 식당과 수많은 호텔들이 있죠. 하지만 장벽이 건설된 후 아무도 베들레헴에 묵지 않아요. 저 수많은 성지순례 관광객들이 벽을 넘어와도 차 한 잔 이곳에서 마시지 않고 그냥 돌아갈 뿐이죠.” 이스라엘 여행사가 하는 패키지로 성지순례를 오면, 관광버스 가이드가 그렇게 얘기한다고 하시더군요. ‘베들레헴은 위험하니까, 2시간이내에 관광을 마치고 사진만 찍으세요. 식사는 안전한 예루살렘 지역에 가서 합시다.“

그렇듯 고사위기에 놓인 베들레헴의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베들레헴의 대안여행그룹과 국제단체들은 전 세계의 성지순례자들을 향해 “베들레헴에 묵어주세요”라는 호소를 보내기 시작했죠. 그리고 베들레헴 책임여행 네트워크를 만들며 ‘대안적인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이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성지순례를 떠나지만 대부분의 성지가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볼 때 우리는 이스라엘 버스를 타고 와서 이스라엘 가이드와 함께 그곳을 구경하고 그곳에서 우리가 타는 버스는 모두 이스라엘 여행사가 하는 패키지를 선택하면, 성지가 있는 곳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지역이건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지나갈 뿐 대화를 하거나, 혹은 팔레스타인 식당에서 단순히 식사 한번을 하는 일도 그리 흔치는 않죠. 아랍에는 아직도 4%의 크리스천이 있다고 해요. 예수님 시대부터 믿어온 분들이에요. 저희가 갔을 때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세요.

“왜 성지순례를 오는 이들은 죽은 돌만 보려하고, 살아있는 믿음의 증거인 아랍의 크리스천 우리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거죠?”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 중에는 아랍어 영어 히브리어 3개로 예배를 진행하는 곳도 있어요. 꼭 아랍에 묵어야한다, 이런 것이 아니라, 저희가 성지순례를 한다면 정말 그 땅에 어떤 일이, 삶이, 죽음이 펼쳐지고 있는 지 마음깊이 마주하고, 우는 이와 함께 울고 웃는 이와 함께 웃는 순례의 회복이 필요한 때다 라는 마음이 절실했어요

실은 저의 성지 순례는 2003년 시작된 것이었어요.  2003년 전쟁전의 이라크를 남에서 북까지 여행하는 데 가는 곳마다 안내해주시던 수하드가 묻곤했죠.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니느웨에요. 바벨이에요. 아브라함이 머물던 갈대아 우르에요... 이라크에서 요르단까지, 또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까지.. 분쟁의 땅으로만 여기며 찾아간 그곳들이 걸음을 딛는 곧마다 ‘성지’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너무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그 모든 성지가 어느 한곳 피로 물들지 않은 곳이 없고, 전쟁이 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사실 앞에..

-대안적 성지순례라면 일반적인 성지순례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간단히 말하며 숙소를 정할때 예루살렘에도 묵지만 베들레헴에도 묵어보는거죠. 이스라엘 정착촌에 가면 사람들이 실탄이 든 총을 들고 다녀요. 그분들이 얼마나 안보에 시달리면서 사는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죠. 이스라엘은 민박(B&B네트워크)가 잘 발달되어 있어 민박도 쉬운 편이에요. 팔레스타인 역시 This Week in Palestain 이라든가 여러 정보책자와 인터넷이 발달해 있어 자유여행으로도 팔레스타인 지역 여행정보를 얻기 쉽죠. 대안적 성지 순례프로그램에서는 일반적인 성지의 여정 외에 그곳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곳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국제 활동가들을 만나고,  대립과 불안속에 살아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고통에 귀를 귀울이기도 하죠. 정착촌과 난민촌을 방문한다든가, 이스라엘 군인, 아들을 잃은 팔레스타인 가족들을 만난다든가.. 그렇게 경계를 넘나들어 현재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만나고 그들의 고통에 함께 하도록 돕는 새로운 순례죠.

특히 헤브론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크리스천 피스메이커스팀이라는 기독교 평화운동가 그룹이 있는데 그분들이 대안적 성지순례 맞아주시기도하죠. 그 곳에서 90년대에 모스크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분들이 거기서 양쪽을 오가면서..평화적 과정으로 다다르는 평화, 서로의 시선을 이해하는 대화, 평화적 화해로 나아가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머물던 1월, 이스라엘에서 극우파 인물이 당선됐는데, 이 사람이 공약으로 내건 것이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군 복무를 해야 시민권을 주겠다’는 것이었어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기 동족에게 총을 겨눌 수도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런 정책이 통과될 정도로 양쪽의 감정이 극에 달했는데 이 분들이 경계를 넘나들면서 양쪽의 아이들을 만나고,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다음 세대만이라도 증오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서로 저마다의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걸 이해하게 해주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이해를 터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여름에는 동 예루살렘의 철거된 팔레스타인 집들을 다시 세우는 평화의 해비타트 캠프도 있어요. 이스라엘의 정책이 대 예루살렘의 회복을 위해 국제사회가 인정한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지구의 집들을 무허가주택이라는 명분으로 한밤중에도 들어와 불도우저로 밀어버리곤 하죠. 이미 십만채의 집들이 그렇게 사라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어요. 그 일을 계속 지켜보던 이스라엘의 양심적인 학자, 평화운동가들, 국제활동가들,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들이 함께 그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는 평화의 해비타트를 시작한 거죠.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우리가 짧은 기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간다 해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보통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스라엘이라면 키부츠만 생각하곤하죠.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면 그 안에 평화적 동행자 프로그램, 평화의 해비타트 프로그램, 올리브 심기 프로그램, 우리가 모르는 다른 영역의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다는 걸 깨닫게 되요. 그러나

예전에는 이런 정보들은 전문가들만 가지고 있었죠. 언어나 정보력 여러이유로.. “희망을 여행하라”라는 책을 내며 책의 부제를 ‘가이드 북’으로 잡은 것은 그 정보들을 나누기 위한 걸음이에요. 누구나 정보만 있다면 그곳에 다다를 수 있고, 참여할 수 있고, 참여만 한다면 그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되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죠. 언어요? 키부츠 갈 때에도 영어 잘해서 가는게 아니잖아요. 누구나 가면 할 수 있고, 하면 은혜가 있어요.

 

그래픽=이매진피스

-여행이나 출장 가면 느끼는게, 위험을 강조하면서 통제를 하잖아요. 그래서 현지인이라든지 거리를 다니지 못하게 만들잖아요. 실제로 위험한 일을 당해보지 않았어요?

책에도 나온 내용이지만, 우리가 흔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들, 아프간이나 이라크 등에서 몇년간 떠들썩한 사건들이 일어나곤 했죠. 하지만 책에2008년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이 외교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해외발생 우리 국민 사건사고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재미있게도 정 반대에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망한 나라는 미국이에요. 그 뒤로는 중국, 필리핀, 일본등이 순서죠. 절도나 강도의 경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1-3위를 차지하고 있구요. 우리가 언론에 비친 이미지를 생각해 본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어느 곳은 여행을 다니기 위험한 곳이라고 말할 때 굉장히 신중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또 스킨스쿠버하면서 동남아 패키지를 많이 다닌 이매진피스의 동료 조완철씨는 실제로 필리핀 패키지 여행 중 밤에 움직이려 하자 가이드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당했던 경험을 나누기도 했죠. 전에 여행사를 운영하셨던 한 선생님은 “여행자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면 여행객들이 실제 현지 가격을 알게되고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게되니까, 위험하단 말로 통제를 한다”고 귀뜸해 주시기도 했죠. 저는 필리핀을 6차례정도 갔지만 한번도 위험한 일을 당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위험한 일 생길 것 같으면 그분들이 도와주시죠.

이매진피스

제가 저희 아이랑 필리핀에 갔을 때, 마중 나오기로 한 분이 안 오셨어요. 저희는 돈도 환전 안하고 전화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어요. 택시 타고 교회 앞으로 갔어요. 주일이어서 예배 드리려고 갔는데, 몇시간을 거기 앞에 있으니까 그 앞에 노점상 하는 분들과 구걸하는 분들이 저희를 딱하다는 표정으로 보시더니 노점상 아주머니가 전화하라고 휴대폰을 주시더라구요. 한국에 전화해야하는데 동전이 없다고 하니까 동전을 갖다 주신 분도 계시고, 경비하시던 분들은 의자를 갖다주셔서, 그분들 도움을 받은 적도 있었어요. 그 경험이 저에게도 그렇지만 저희 아이에게도 큰 경험이었죠.

스스로 가지는 편견이나 언론을 통해 여과없이 받아들인 잘못된 이미지들이 여행엔 더 위험한 정보 아닐까 싶어요. 동남아 뿐 아니라 중동 사람들을 보면 심지어 가게에 갔을 때 차 한잔이라도 안 마시면 나가지 못하게 할 정도예요. 전 그런 경험이 더 많았어요. 여행 많이 다니신 분들 글을 봐도, 아시아에서 받은 그런 환대의 경험이, 아 나도 남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 현지의 진면목을 보는 여행을 하려면, 정말 호텔만 조금 벗어나면 되는데,... 쉽게 벗어나지 못해요. 한국 사람만 그런가요?

조금 유난하죠. 제가 피스보트라는 일본 배를 탄 적이 있는데, 일본 친구들은 이미 다른 문화로 넘어가 있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20년 먼저 여행을 시작했어요. 우리는 1989년부터 여행이 시작됐는데, 20년 밖에 안됐는데 여행의 역사가 짧은 거에요. 너무 빠른 속도로 1300만을 확 돌파해버린거죠. 그런데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쉽게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일본 친구들은 혼자 여행을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머물며 봉사도 하고, 시골길을 혼자 다니고 세계일주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우리나라도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세 곳이 있어요. 첫째는 현지 대학, 도서관 혹은 서점, 시장이에요. 아무리 여행이라도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얘기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대학에 가보면 푸릇한 대학생들의 활기가 그득하고,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친구들도 거리보다 훨씬 많죠. 보너스로 학교식당은 밥값도 싸고. 도서관은 시원하기도 하니까요. 시장에 가면 맛있는 가게도 물어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막 요리법도 물어봐요. 어딜 가도 무언가 자기가 잘 아는 것, 잘 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즐겁게 가르쳐 주시니까요. 어떤 분들은 집으로 초대를 하시기도 하죠. 그런 자연스레 현지 분들 삶도 엿보는 특별한 기회가 생기기도 해요. 그렇게 작은 시도들을 해 보면그러면 어떤 틀에서 벗어나는 경험이 생기는 거죠.

-대학생들에겐 어떻게 다가가요?

그냥, 여행중인데 궁금해서 와 밨다고 설명하고, 대학에 대해 이것 저것 물으면 아주 친절히 답해주어요. 그러다 조금 이야기가 오가면 전공이나 꿈같은 걸 물어보기도 하고, 고민에 대해 묻기도 하죠. 그럼 친구들이 호기심에 다가와 어느새 그룹을 만나는 경험도 하죠. 거기에 학교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은 싸니가 함께 앉아 여러 이야기를 하다보면 태국이든 인도든 그 나라의 현실을, 또 미래를 보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단기선교 얘기도 했는데, 저는 사실은 다른 여행, 혼자서 가는 여행이든지 출장으로 가는 것보다도 사실은 선교프로그램에 같이 갈 때 현지 체험을 정말 해본 것 같거든요.

티벳에서 티벳 시각장애인 아이들에게 티벳어로 점자를 가르치시는 백인 신부님을 뵙고 놀란 적이 있어요. 그분은 35년째 티벳에서 살고 계며 티벳의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계셨죠. 실은 교회의 여행이 가지는 장점은 그렇게 현지에 깊이 뿌리 박고 현지인들을 돌보는 선교사님들이 세계각처에 계시다는 것이겠죠. 또 그 쪽 교회의 현지분들이 한국에서 온 이들을 깊이 맞이해 주시고, 쉽게 갈 수 없는 마을에 머물고 현지와 호흡하는 귀한 경험들을 할 기회를 주곤하죠.

 


-근데 그런 단기선교가 공정여행 프로그램과 만날 수는 없을까요.

대구 삼덕교회, 사랑누리 교회, 혜화동 교회, 개척자들 등 이미 너무 훌륭한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소중한 교회들을 많이 만났어요. 개척자들은 세계 5곳의 분쟁지역에 살고 머물면서 현지의 필요를 채우고, 큰 재난이 일어나면 목숨을 다해 돕는 일들을 해 온 곳이죠. 또 교회들은 그런 깊은 현장에 청년들을 훈련해서 내 보내는 일들을 해 오시기도 하셨구요. 교회에 에큐메니컬 운동이 세상의 책임여행운동보다 훨씬 일찍 시작했던 것처럼,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현지인들을 만나고 현지 마을에 도움이 되려고 하고, 무언가라도 가져가 도움을 주려고 한 노력들은 소중한 여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촬영=국민일보 강민석 기자

-개선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만 우리의 여행이 현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그들도 행복했는지,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는 동등한 것인지를 묻는 과정과 시선이 부족했지 않은가? 생각해 봐요. 한쪽은 도움을 주고, 그곳에서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관계는 기울기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죠. 한국에서도 누군가 일방적으로 돕고, 한쪽은 도움만 받는 다면 받는 쪽이 편안하기는 어렵잖아요. 공정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동등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우리의 여행을 우리를 맞이해 주는 이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묻는 관계의 감수성이죠.

일례로 저는 청소년들이랑 여행을 할 때 고산부족이나 가난한 지역에 갈 때면 MP3나 전자사전 같은 기계들을 모두 놓고 가게 해요. 그런 것은 그분들에 대한 배려인 거죠. 또 그분들을 위해 한국문화를 소개할 공연들을 준비하고, 그곳의 문화를 만나며 서로 동등하게 교류하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 가죠. 마을의 어르신들이 있다면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말씀을 하시도록 청해 경청하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그런 여정을 가지려면 여행전의 준비들이 중요한데요. 제가 저희 꼬마랑 여행할 때 가르치는 것이 하나 있어요. “저는 이 음식을 먹기 싫어요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웩∼이라든가 음식이 왜이래라고 말해선 안된다”고 그것은 상대의 문화나 음식을 모욕하는 것이기 때문인거죠. 여행이란 것이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지만, 다른 문화라는 것이 다 편안하지 않거든요. 그때 내가 좋거나 싫거나를 떠나 그 문화를 존중하는 법, 그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지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기선교도 그렇지만 청소년들의 단체 여행이 많은데요

아이들이 여행하기 전에 현지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준비하고, 해선 안될 행동을 얘기해보는거죠. 이매진피스가 제천간디학교 아이들과 몇해 같이 여행을 했어요. 그 여행을 위해 일년여를 같이 만나고, 함께 그곳을 공부하고, 그곳에 필요한 것들을 가져가기 위해 물건을 모으기도 하고, 헌책을 팔아 돈을 모으기도 했죠. 여러 공연도 같이 준비하구요. 그렇게 오래 준비한 여행은, 만남은 서로에게 깊은 변화를 주는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은 이제 그곳을 다시 여행하진 않지만 해마다 같은 마을을 찾는 후배들의 손에 자신이 찍었던 사진이나 영상, 선물꾸러미를 들려보내며 마음을 전하곤 하죠.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약속을 기억하고 지키는 거죠. 도움을 준다 해도, 친구를 위한 마음을 내는 것이니 동정과는 다른 울림이 남는 것 같아요.

-교회가 공정여행 운동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한해에 교회마다 엄청난 인원들이 해외로 나가죠. 고등학교 중 270곳이 넘는 학교가 해외수학여행을 하고 있지요. 그런 단기 여행 뿐 아니라 이미 2007년,  3개월 이상 장기 해외체류하는 20세 미만 청소년이 10만명을 넘어섰어요. 우리세대가 신혼여행이나 유학을 가야 해외에 나갔다면,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여행은 일상이 되어 있는 거죠. 요즘은 초등학교 방학이 끝나면 “너 이번엔 어느나라 갔었니?”라는 대화로 개학을 맞는다고 해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서, 세계를, 아시아를 경험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사회의 어느 곳도 아이들에게 여행이 ‘어디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임을, 우리가 하는 여행이 누군가의 삶의 자리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진 않죠.  그렇게 본다면 해마다 준비시간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나가는 교회들은 공정여행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거죠. 실제로 영국의 경우 공정무역 마을이 200여개, 공정무역 대학이 30개 정도 존재하는데, 영국 공정무역을 이끌고 있는 것은 4000여곳의 공정무역 교회들이거든요. 유럽의 대부분 공정무역들이 교회의 지지를 기반으로 자리 잡았기도 했구요. 공정여행 역시, 마찬가지일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교회는 아름다운 순례의 전통이 있으니 팔레스타인 같은 지역에 대안적 성지순례를 떠나는 것 만으로도 하나님의 땅이 피로 젖는 일을 멈추게 하는 소중한 평화의 걸음을 놓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매진피스

-여행의 진짜 의미는 뭔가요?

저는 여행은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구경이 아니라. 내가 누굴 만날까, 그 사람은 어떤 문화에서 살고 있고. 여행은 관계, 평화도 관계. 그래서 저는 여행이 평화로 가는 좋은 길이라고 믿어요. 피스보트라는 일본 와세다 젊은 대학생들이 만든 지구일주 배가 있는데, 이 친구들은 자기 배를 여행할 때, 한국 여행할 때 남북한을 가요. 이스라엘에 가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배에 초청해요. 자기 땅에서는 여행하거나 만날 기회가 없는, 서로에 대한 편견과 증오가 있는 친구들을 초청해서 서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듣고 우정을 쌓을 기회를 줘요. 일본 친구들은 두 친구를 통해서 한 나라에 살고 있지만 어떻게 서로 다르게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하죠.

-유럽 단순 정보책이 많이 팔리다가 요즘엔 에세이집이 많이 팔리잖아요. 여행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패키지는 한계가 있잖아요. 동남아 어디를 가나 리조트 안은 똑같아요. 유럽배낭여행도 두번 해보면 사진도 안 찍게 되잖아요. 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다 비슷하니까. 그런 일반적인 여행은 금방 질리죠. 영국 여행의 1%가 책임여행을 하고 있다는데, 더 진정한 여행을 하게되길 원한다고 해요. 또 구호활동도 그 전세대는 구호단체에 돈을 주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직접 가서 돕는 일을 경험하는 세대가 오고 있어요. 지금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이들은 언어를 가지고 있어요. 영어에다 중국어라든지 2개국어를 하는 친구도 많아요. 전혀 다른 세대가 오는거죠. 제가 어른들끼리 만나면 통역하지만, 아이들끼리 가면 통역할 필요가 없어요. 새로운 세대에게는 여행이란게 봉사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배움의 수단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여행은 점점 더 깊고 길어지는, 이미 한국의 여행이 장기여행에서 세계일주로 가고 있어요. 세계일주 가이드북도 나오고. 그렇게 빨리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단기선교를 생각했을 때, 바뀌어야한다는 게 뭘까, 그 전에는 우리가 말을 하러 갔다면 이제는 듣는, 들으러 가는 여행으로 가면 바뀌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멋진 통찰이네요. 들으러 가는 여행

-(에헴!)저렴하면서도 공정하게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가난한 여행자는 공정여행자가 되기 비교적 쉽죠^^.  일단 럭셔리한 호텔이나 초호화 리조트에 묶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구요. 돈이 없으니 육로 여행을 택하거나, 현지에서도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국적 패스트푸드 점도 돈이 없어 못들어 가고 젤 싼 현지 음식 먹을 때가 더 많구요. 하지만 싸다고 모두 공정여행은 아니죠. 공정여행의 기준은 내가 여행에서 쓴 돈이 누구에게 유익이 되는지를 묻는 여행이에요. 투어리즘 컨선에 의하면 실제로 한사람의 여행자가 여행에서 쓰는 돈 중 70-85%는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해외로 빠져 나가고 현지의 공동체들에 돌아가는 것은 단지 1-2%뿐이라고 이야기하죠. 영국의 내가 묶는 호텔의 노동자들, 가이드, 포터들 등 여행을 만드는 이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댓가, 환경과 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면 25%까지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고, 실제로 영국 여행자 전체의 1% 정도가 ‘싼 여행’이 아니라 ‘함께 행복한 가치 있는 여행’인 책임여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해요.

 

-패키지 가는게 사실 싸니까 가잖아요.

근데 나중에 쓴 돈을 비교해보면, 패키지나 자유여행이나 쓴 돈은 비슷해요. 한국 관광공사의 통계에 의하면 2008년, 여름 패키지 여행을 떠난 한사람의 여행자가 쓴 돈은 평균 160만 4천원, 그 중 25%인 40만원의 지출은 쇼핑에 쓰였죠. 해외여행에서 한 주요 활동 역시 관광지 방문이 82.1%로 1위, 쇼핑이 71.9%로 2위를 차지했어요. 그러나 개인여행자의 경우 여행경비는 평균 160만 4천원으로 조금 높게 나타났지만 쇼핑에 쓴 돈은 32만7천원으로 더 적게 나타났어요.  재미있는 것은 쇼핑의 세부 항목인데요. 사람들은 쇼핑비의 55%를 이미 한국에서 여행준비를 위해 쓰고 가구요. 쇼핑을 한 물건들 목록을 보면 현지특산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화장품, 주류, 의류, 담배 등 면세점 쇼핑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어요. 우리가 현지에서 자유롭게 쓰는 돈 마저도 사실은 반이상이 면세점이나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여행준비를 위해 쓰이고, 정말 얼마 안되는 돈만이 현지에 남게 된다는 뜻이죠.

 

이매진피스


-혹시 기독교 공정여행운동의 움직임이나 계획이 있다면?

혜화동교회 청년회의 경우, 매해  캄보디아에 가서 현지 학교에 한 해에 교실 한 채 씩을 지어드리고, 아이들을 만나는 의미있는 여행을 몇해 째 해오고 있다고 해요. 대구 삼덕교회, 일산사랑누리 교회의 경우 평화헌책방 등을 통해 온 교우가 돈을 모아 파키스탄, 동티모르평화도서관을 만들고 청년들이 직접 현지에 평화여행을 가서 평화도서관을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죠. 그런 소중한 이야기들을 모아,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도록 기독교 공정여행 포럼, 또 순례의 회복을 꿈꾸는 교회들, 대안적 성지순례, 공정여행을 고민하는 교회들이 서로에게 정보를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 지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맞아요. 단기선교에 정말 교회가 돈을 엄청 많이 쓰는데... 여행 때문에 인생이 바뀌셨어요?

전 사실 여행을 좋아하거나 많이 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실은 2003년, 이라크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도 이라크가 지도의 어디쯤에 있는지 찾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2003년 이라크로 떠난 여행을 통해 삶 전체가 여행으로 변하기 시작했죠. 이라크에서 제가 그 분들을 도운 건 거의 없어요. 약을 좀 가져다 드린 것, 미약하나마 긴급구호에 참여한 정도죠. 하지만 그분들은 “세상이 다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데 우리를 살리려고 와준 너희가 너무 고맙다”면서 전쟁 중에 먹으려고 챙겨놓은 비상식량도 내놓으시고.. 저희가 폭격 직전에 이라크에서 요르단으로 마지막 나올 때, 이라크에서 만난 분들이 나오셔서 자기 조카가 쓰던 인형, 자기가 차던 시계, 자기 딸이 가지고 있던 금 귀걸이, 제가 맛있게 먹었던 빵을 가져 오시기도 하셨어요.

그때 받은 사랑이, 전쟁을 앞두고도 찾아온 이들에게 베풀어 주셨던 이라크 분들의 깊은 환대가, 저를 계속 여행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이라크에선 저희 아이들이 잘 크고 있는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메일이 오고, 딸이 시집갔다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소식이 오죠. 멀리 티벳 난민촌에서 크리스마스 인사가 오기도 하구요. 우리가 그저 한번 왔다 간 사람이 아니라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마음일 거에요.

제 이메일에는 늘 팔레스타인에서, 티베트에서, 민다나오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메일이 있어요. 티베트 학살, 팔레스타인 폭격이 있으면 저는 그 친구들이 걱정되어 잠을 잘 수 없을 때. 그 친구들이 제가 너무 걱정할까봐 제게 먼저 안부를 전해주는 거죠. 그 친구들을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거죠. 여행 갔던 많은 관계들이 제 속에 살아있으니까 그게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고 그게 여러 사람을 모아서 관계를 갖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게 하고...그 모든 삶의 변화가 여행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죠

-여행 중에 하나님을 찾게 된 적이 있었나요.

이라크에서였던 것 같아요. 가는 곳마다 요나의 성이며 갈대아 우르같은 성지들인데 어떤 곳도 죽어가는 이, 병든 이, 총탄자국이 없는 곳이 없었죠. 그 무수한 죽음의 흔적들이 그냥 땅이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에, 몸에 난 상처처럼 그렇게 깊이 마음에 아렸어요. 성서의 땅이 곳곳이 피로 젖고 있는데 하나님 마음이 어떠실까..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사이에 저 거대한 장벽이 하나님의 800킬로가 넘는 벽이 건설되어, 저 땅을 두 동강 내고 있을 때 하나님의 심장은 얼마나 아프실까...

이라크나 요르단이나 팔레스타인을 여행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할 때마마 마음이 시큰거렸어요. 지난 1월의 여정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갈리릴, 그리고 로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죠. 갈릴리 호숫가, 예수님이 베드로를 만났던 곳, 물고기를 구워주셨던 곳..

누가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이 여행자였다는 것을, 베드로도, 바울도 모두 여행자였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 순간이었죠. 무엇보다 그 여행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것,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였으니까요. 그런 소박한 길들을 다니다가 로마에 이르러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바티칸 성당에 들어섰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너무 로마에 가까워져 버린 것 아닐까?”.. 바티칸에서 로마에서 베들레헴의 문닫힌 식당들, 한숨어린 농부들, 들판을 읽은 목자들에 대한 기억이 떠나질 않았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여행은 하나님의 땅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픔에 대해 감수성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예수님과 바울의 순례를 회복하는 순례의 여정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교회에서 성지순례 준비하는 분들이 팔레스타인 올리브 숲에 추수를 돕기 위해 길을 떠나기도 하는 그런 평화의 여정이 시작되기를 꿈꾸어 봅니다.

이매진피스

-여행에서 평화와 공의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상의 삶이 아닐까요.

그렇죠.꼭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사는 동네를, 서울을, 이 땅을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하기 시작해 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공정여행을 선뜻 떠나는 일이 어렵다면 공정여행 가게에 한번 가 본다든가, 평소 먹던 커피대신 공정무역 커피를 마셔보든 것도 새로운 여행,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시작하는 좋은 첫걸음이 되겠죠? 결국 공정한 여행은공정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거니까요.


-긴 인터뷰가 이제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이 글을 읽고도 공정여행? 갈까,말까하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여행은 일단 가는거죠. 안 가고서는 뭐 백문이 불여일견이구요. 제가 남해 다랭이 마을에 아이들이랑 두번을 갔어요. 요즘 남해에 힐튼리조트가 생겼잖아요. 전 권해드리고 싶은게, 할수 있다면 힐튼리조트와 다랭이마을에 한번씩 묵는 여행을 해보시라구요. 그러면, 리조트의 편안함이 주는 즐거움이 있구요, 다랭이마을 할머니들의 즐거움이 있어요. 할머니께서 방을 내주면서, 생선사는데 따라갈려, 해서 예 하고 따라갔는데 배를 타고 바다로 가는거에요. 너무 재밌었어요. 진짜 여행이 뭔지 궁금하다면, 진짜 여행이 하고 싶다면, 두려움을 넘어서서 한걸음 내디뎌보는 것, 그게 자기 길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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