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는 게임중독자일까?


인터넷과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늘고 있다.

온 나라가 게임강국을 만들겠다며 앞장서 달려가고 있는데, 아이들은 쓰러져간다.

인터넷중독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를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프로게이머는 밥만 먹고 게임만 하는데, 인터넷 게임 중독이 아닌가요?

 절대 아닙니다. 사실 저에게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며 게임만 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엄마 손에 끌려오는데, 그런 아이들 보면 "니가 만약 프로게이머 중에 제일 못하는 사람하고 열번 싸워서 1번이라도 이기면 내가 널 게이머되게 해줄게 그래요. 절대 못 이겨요.

 

-왜 그렇죠?

 게임을 많이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라요. 중독된 아이들은 자기취약성이 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어요. 말하자면 게임만 하지 다른 것은 못하고 거기에만 메달리는거죠. 프로게이머는 그렇지 않아요.

 

-프로게이머 중에는 게임 중독된 사람이 없나요?

 제가 프로게임단도 자문을 해주는데요, 뇌에 문제가 보이거나 일상에 문제가 보이는 경우가 없어요. 어떤 일에 중독이 됐다고 말하려면 3가지 현상이 있어야 해요. 첫째는 잦은 노출, 둘째는 자기취약성 이건 충동 조절이 안된다거나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아서 해소할 데가 필요하다거나 하는 점, 마지막으로 그것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손해를 보고도 그것을 끊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요. 프로게이머는 그렇지 않죠.

 

 

-요즘 애들 인터넷 중독이 정말 심각합니까.

 제가 언론에도 소개되고 하다보니 찾아오는 분들은 많아지세요. 중고생이 많고 성인도 있어요. 40대 남자분이 게임에 중독됐다고 찾아오신 분도 계세요.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나요.

 음.. 등교를 PC방으로 하는 아이들, 학교 마치면 무조건 PC방으로 가는 아이들...

 18시간 동안 게임만 하다가 엄마에게 붙들여 온 사람도 있었어요. 집에선 게임을 못하게 하니까 가출한거죠.

 

-PC방을 가거나 게임을 한다고 다 중독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자기소인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주로 충동적이거나 자제력이 부족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 또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인터넷게임에 중독이 됩니다.

 

-요즘 게임 자체가 아이들이 클랜을 만들어서 같이 플레이를 해야하니까 구조적으로 중독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저는 게임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개인적인 요인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도 게임을 많이 해요.

 

-그럼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나요.

 재미있는게, 중독된 아이들 중에 정말 게임이 재미있어서 즐기는 아이는 얼마 안되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내지 못해요.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은 뇌의 전두엽이 손상된다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전두엽은 뇌에서 실행기능을 맡아요. 앞의 일을 예상하고 계획을 세워서 실행하게 하는 부위죠. 그러니까 이제 게임 그만하고 공부하자, 이렇게 자제하게 만들어줘요.

 

 -실제로 게임 중독된 아이들 전두엽이 손상돼 있습니까.

 예. 게임을 많이 해서 손상된 것인지, 전두엽이 손상돼 게임을 많이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그래요.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한다고 뇌가 손상될 수 있나요?

 뇌를 한 부위만 쓰다보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또 게임에 빠지면 신체적인 건강상의 문제도 생길 수 있어요.

 

-어떤 문제인가요?

 뇌도 문제지만, 한가지 자세로 오래 있으면 자세가 안 좋아지죠.

-부모가 게임을 못하게 하면 아이들이 막 화내잖아요. 어떤 애들은 게임에서 본 모습 그대로 '엄마를 칼로 찌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표현해요. 공부 잘하는 평범한 아이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요. 이건 중독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요.

 그렇게 극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요. 일상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보여야 중독인데, 그렇지는 않으니까요.

 

-그럼 게임을 접하다보니 정서라든가 표현 방법의 문제라고 봐야할까요.

 그렇게 보는게 맞겠죠. 사실 게임은 장점도 많아요.

 

-어떤 장점이 있나요.

 게임은 우리에게 판타지를 제공해주는데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판타지는 옛날에도 있었어요. 옛날에는 처녀귀식, 총각귀신 그런게 판타지였지만 지금은 화성에서 우주인이 날라오는 이야기 식으로 다양하고 무궁무진해진 거죠.

 게임은 가상세계에서 그 판타지가 실현되는 걸 체험하게 해주죠. 물론 가상세계의 판타지를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게임을 하게 했더니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인 적도 있어요. 게임을 적절하게 하면 오히려 전두엽을 활성화 시켜주거든요. 적절한 여가생활이 될 수도 있어요. 극단적으로 될 때 부작용이 나타나는 거죠.

 

-게임 때문에 부모와 자녀의 사이가 많이 나빠진다고 해요.

 컴퓨터 때문에 부모와 원수된 아이들이 많아요. 무조건 하지마라고 하고 코드를 뽑는게 능사는 아니죠. 일정한 시간을 마련해서 하게 해주는게 좋아요.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도 중독된다고 하던데요.

 나이가 어려지는 건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희 병원까지 찾아오는 분들이 유치원생을 끌고 오지는 않으니까요. 중고생쯤 되야 당장 성적이 떨어지니까 찾아오죠.

 40대 아저씨가 찾아온 적도 있어요. 예전 같으면 사이버섹스 같은 것에 중독됐을텐데 그게 아니라 정말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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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www.ehow.com


-외국은 어떤가요.

 2007년에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워싱턴에서 3일 동안 게임만 하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이 있었죠. 그 이후로 인터넷 중독에 대한 논의가 많았어요. 지금은 인터넷 중독을 정신과 질환으로 넣으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요. 사실 알콜 중독도 질환으로 구분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아요.

 

-여기 중대병원에선 어떻게 치료하나요.

 인터넷을 끊어요. 없어요. 대한민국에 교회 성당 절을 가도 어디나 인터넷이 있는데 안되는 곳은 우리 병원 밖에 없을 거에요. 약물치료도 하구요. 이번 방학에는 심리학자, 사회복지사가 함께 그룹치료를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치료는 잘 되나요.

 회복률은 절반 밖에 안되요. 돌아갔다가 다시 오는 사람이 절반이죠.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생각해보면 게임에 빠지는 게 당연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회적인 현상으로 보면, 당연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속도, 시각적 이미지, 정확한 결과 이런 것을 요구하는 사회거든요. 인터넷과 게임은 여기에 딱 맞아 떨어져요. 또 익명의 발언자라고 하죠, 촛불집회처럼 대중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인터넷이 또 거기에 같이 가고 있죠.이런 환경이 상승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만 탓하기 힘들다는 얘기군요.

 밤 10시 11시까지 학원다니는 아이들이 30분만에 쉽고 빠르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게임 말고 뭐가 있겠어요. 부모와의 대화? 운동?

 저도 게임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이 세상에서 게임만큼 재미있는게 없어요. 제작자들이 최고의 스토리에 적당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도록 설계를 해놓았어요. 그림과 음악도 엄청나죠. 이걸 대체하는 것으로 스포츠, 춤, 노래방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 여자아이들 경우엔 헬로키티 캐릭터를 모으는 식으로 시각적인 취미를 갖는 것도 좋아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인터넷을 보급하면서 아이티산업을 키운다고 압축적으로 투자를 했지만, 예방과 치료는 그만큼 투자를 안했어요.

 예전 산업화시대와 같아요. 그때도 노동자들이 희생당했듯이, 우리의 아이들과 중독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어요. 아이나 게임산업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죠.

 

-사회적인 예방책은 어떤게 가능할까요.

 사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전초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에요.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아직 실감을 못하고, 대만, 태국, 호주 정도가 얘기가 통해요.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난데, 학교 운동장은 줄어들죠. 아이들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여가 시간이 하루 2시간은 되나요? 제대로 자기 삶을 즐기는 아이들이 몇명이나 될까요.

 

 -학교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치료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학교가 도와줘야해요. 그런데 자꾸 숨기려고 해요. 학교가 문을 열어줘서 우리가 가서 조사도 하고,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줘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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