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요” 테너 박현재 서울대 교수 인터뷰

내가 먼저 물었다.
“저는 음치여가지구요, 제가 제일 부러운 사람이 노래 잘하는 사람이에요.”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대답했다.
“저도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 죽겠어요. ㅋㅋㅋ.”
 이 대답을 한 사람은 서울대 성악과의 박현재(44·테너) 교수다.

 

테너 박현재 서울대 교수

테너 박현재 / 국민일보 강민석 기자 사진

 

 그는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현존하는 최고의 베르디 가수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카를로 베르곤지에게서 전액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인물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유수 콩쿨을 석권하고 유럽에서 150여회의 오페라 무대에 주연으로 섰다. 2003년 귀국한 뒤 이듬해 서울대 교수로 전격 발탁됐다. 그런 그가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니, 기만인지 가식인지.
 그의 목소리는 정말 부드러웠다. 조용조용하면서도 예쁜 목소리였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참 유쾌했다. 그의 겸손은 결코 가식이 아니었다. 서울대 성악과 교수라면 무게를 잡을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민감하고 까다로운 음악가들에게서 상처받았던 마음이 많이 치유됐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시고 프랑스에서도 하셨더라구요. 이태리어나 불어나 다 무척 어려운 언어인데.

 본거지는 이탈리아였죠. 96년에 가서 2003년에 왔어요.

-이탈리아어는 미리 배우셨어요?

 전혀 안 배웠어요. 또 갈 때 둘째가 5개월이었어요. 서른 한살의 늦은 나이에 갔어요.

-결혼을 일찍했네요?

 예. 스물 일곱에 했어요.

-유학비는 어떻게 마련했어요? 집안이 넉넉하세요?

 송금을 안 받았어요. 벌어 놓은 돈 가지고 갔는데, 2년 뒤에 IMF 맞아서 거의 다 떨어졌죠. 사실 송금 안 받고 유학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기도를 많이 했죠. 제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주님이 공부를 더 하게 하실거면 주님이 길을 열어주시고, 공부하는게 뜻이 아니면 막아달라고 기도했어요. 신기한게 돈 문제도 풍부하지는 않지만 계속 연기하고 오페라도 하게 되면서 5년 넘게 활동을 하게 됐죠. 근근이 살 정도로 열어주시고, 돌아올 때는 또 주님이 더 이상 갈 수 없을 정도로 막으시더라구요. 그래서 귀국했는데 1년 뒤에 서울대 교수가 됐어요. 저는 사실 꿈을 꿀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저에게는 과분한 일이고 꿈꾸기조차 힘든 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활동도 하지만 성악과로 교수가 된다는 것, 특히 모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친다는게 대단한 영광이거든요. 상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거죠.

-어떻게 가능한거죠? 은사이신 박인수 교수님 빽인가요?

 예? 박 교수님은 퇴임하신 뒤에 일이라서 선생님이 채점에 관여하진 못하셨죠. 마음으로는 저를 밀어주시고 도와주셨지만요.

-유학 때는 어디 계셨어요?

 로마에 한 1년반있다가 북쪽의 카를로 베르곤지라고 성악계에서는 카라얀처럼 유명한 분에게 배우게 되면서 밀라노 밑의 피아첸짜에 있었어요.

-외국인이 성악을 배운다는게 언어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힘든 일이잖아요.

 제가 외국나가서 해보니까, 한국사람들이 그러니까.. 한글이 정말 세계적으로 최고의 언어더라구요. 그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게 있겠지만, 이 문자가 굉장해요. 세계 각국 언어를 발음하기에 너무 좋게 돼 있어요. 다른 동양인은 발음하기 어려운데, 한국사람은 조금만 살면 거의 완벽하게 할 수 있어요.

 


-원래 어릴 때부터 음악을 잘 하셨어요?

 노래를 좋아했어요. 제가 어릴 때는 남자가 피아노치거나 음악한다면 부모님들이 무슨 음악이냐, 굶어죽는다... 그럴 때였어요. 초3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남자가 무슨 피아노야’ 그래서 단칼에 허물어졌고, 계속 노래는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때 친구 통해 성악과가 있다는 걸 알고는 꿈을 가졌죠.

-초등학교 때 어디서 피아노를 봤어요?

 피아노는 없었구요, 학교 풍금이요. 풍금을 새벽에 혼자 가서 마음대로 막 치고 그랬죠. 그냥. 도 레 미 파 ~ 이렇게.

-역시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나봐요.

 책에 건반 그려져 있으니까 그것보고 음악책에 나온대로 도레미파 쳤어요. ㅋㅋ

-교회는 언제 나가셨어요?

 초3때 친구 전도로 교회를 나갔어요. 고향은 서울 시흥동이죠.

-교회 덕분에 음악할 기회가 더 있었던 건가요?

 그렇죠. 제가 중학교 올라가서도 친구들끼리 남성8중창 활동을 했어요. 중3 겨울방학부터는 성가대 활동을 하기 시작했죠. 테너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게 있나봐요. 음악 들으면 매료되는게.

 예.. 글쎄요. 노래 부르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3학년 때 교회 나가자마자 어린이찬송가 가지고 하루종일 불렀어요. 찬송을 좋아했어요.

-어린이 찬송가에 좋은 곡들이 많죠.

 그때 ‘전능왕 오셔서’가 기억나요. 제가 또 노래 조금 한다고 누가 얘기해서, 제가 다녔던 데가 방석깔고 노래하는 조그만 곳이었는데, 특송을 시켜주셔서 전능왕 오셔서 특송을 했어요. 잘 못했겠죠.

-서울대 성악과도 보면, 중학교 때나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공부한 친구가 많을텐데 고교때 결심했다면 늦은 것 아닌가요?

 제가 고1때 성악하기로 결심은 했는데 집안 반대로 고3때부터 본격적으로 했어요. 재수를 했구요. 그래도 계속 합창도 하고 성가대 하면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었죠.

-고3때부터 성악해서 서울대 음대에 들어갔다니, 교회에서 그렇게 활동한게 도움이 되셨나봐요?

 그럼요. 제가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제가 주님을 찬양하겠다고 결심한거죠.

-음악하는 친구들은 보통 성격이 까다롭잖아요?

 다 그렇지는 않아요. 특히 성악하는 친구들은 예민하고 까다로우면 못해요. 왜냐하면 일단 가사가 다 있잖아요. 노래 가사 대부분이 기쁨과 슬픔, 대부분 사랑 때문에 슬프고 화나는 감정인데 자신이 느끼지 않으면 사실은 상대방에게 진정한 감정을 보여줄 수 없으니까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이면 그렇게 못하겠죠. 음악을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죠. 일단은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해야겠고, 그런 마음을 가져야죠. 그러니까 예민하고 까다로우면 어려워요, 음악은.

 근데 예를 들어 감기 들어 목 아프다. 이런건 예민하겠지만 성격적으로는 열려있어야해요. 두리뭉실∼한게 좋죠.

-유학 결심은 언제 하셨어요?

 그냥 기도의 결과물이에요. 제가 항상 기도한게 뭐냐면, 대학 다닐 때도 제가 저 자신을 자학할 경우, 아 나는 능력이 너무 없다 노래가 너무 안된다 이럴 때는 포기하게 되는데 제가 대학 다니면서 세번을 반복했어요. 나중에 느낀 건 나 자신을 내가 판단한게 교만인구, 회개하고 주님 제가 앞으로 가겠습니다. 공부를 시작했으니가 끝까지 갈테니까 주님의 뜻이면 인도해달라고 항상 기도했는데 정말 신기하게 그렇게 됐어요.

 이태리 갈 때도 3명의 대가를 만났는데, 그런 분들은 CD를 듣고 야, 이런 분들 어떻게 얼굴이나 볼 수 있을까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런 분들께 귀한 가르침을 받게 됐어요. 또 제가 가장 행복한 것은, 제 은사이신 박인수 교수님이, 지금까지도 저를 레슨해주세요. 제가 공연하면 와서 듣고 얘기해주시고, 일주일에 한번씩 레슨을 받아요. 꼬박꼬박.

 제가 더 존경하는 것은, 선생님이 65세에 퇴임하고 성대결절로 큰 수술을 했어요. 그건 사실 성악가에게 좌절이거든요. 그걸 디디고 옛날 문헌들, 벨칸도 발성에 관한 음반을 모아서 다시 공부하신거에요. 지금은 백석대 석좌교수이신데, 연주도 저보다 많으세요. 지금 70이 넘었는데, 그리고 선생님이 깨달은 것을 저에게 가르쳐주세요. 선생님이 퇴임한 뒤 6년간 배운 발성이 최고의 발성이에요. 옛날보다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내세요. 나이는 극복하기 힘드시잖아요. 10년만 젊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으신데 저에게 끊임 없이 가르져주시고 의논하시고...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저도 제자들에게 음악은 네가 아 소리 낼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고 연구해야한다고 가르치죠.

-학교에서 후배들 가르치다 보면 ‘이것들이 정말… 요즘 애들은 안돼…’ 이런 생각은 안하세요?

 아뇨. 옛날보단 애들이 자유스러워요. 생각의 폭도 넓어진 것 같고. 안타까운 건 뭐냐면, 심지를 끝까지 가지고 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제자들에게, 너희가 대가가 되려고 음악하지 말고, 먼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요. 아직 자기 실력을 떠나 아직 안되는 것을 좌절하지 말고,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인격을 키우면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 자기 잘난체하려고 음악을 하거나 무대에 서려고 하면 그건 크나큰 잘못을 범하는 거니까. 제자들이 다 교회를 다녀요. 그래서 말이 잘 통해요. 너희들이 받은 달란트는 꼭 찬양하는데 써야한다고 가르쳐요.

-아직 음악계가 사실 힘들잖아요. 게런티도 그렇고 무대도 적고.

 그렇죠. 연주하면서 살기는 아직 어렵죠. 게런티가 한 15년 20년전과 비슷하니까. 물가는 오르는데 그런 것은 잘 안 오르니까.

-그래도 저 같은 문외한이 보면 화려한 세계처럼 보여요. 자식 뒷받침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악기 같으면 악기 값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성악은 레슨비만 조금 감당하면, 학교 가서 본인이 레슨비 벌면서 부지런히 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도 제 제자들 보면 다 가난해요. 등록금도 빌려서 내고 그래요. 저는 제 자식들도 음악을 하는게 바람이에요. 음악을 하면 사람이 비뚤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왜 그렇죠?

 음악은 사실 주님을 찬양하는 도구로 쓰임받는 것이니까, 교만하지 않고 섬김의 마음으로 한다면 정말 좋은 재능인 것 같아요.

-노래 잘하는 방법 있나요?

 방법이요.. 큥하하... 좋은 발성법을 배우면 좋지 않을까요?

-좋은 발성법? 그게 뭔가요?

 벨칸토 발성법의 첫번째가 숨을 잘 이용해서, 숨에 소리를 얹어서 내라고 하거든요. 그런 것..

-성가대에선 뱃소리 내라고 많이 하던데.

 저는 그런 말은 안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운 말이라.

-저 같은 음치도 연습 많이 하면 좋아질 수 있나요?

 저희 선생님(박인수 교수) 지론이에요. 좋은 발성을 깨달으면 어느 누구나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

-좋은 발성은 어떻게 깨달을 수 있나요?

 일단 레슨 받고.. ㅋㅋㅋ 소리를 내는 법을 배워야죠. 호흡으로 내는 법.

-일반인들도 노래를 배우고 싶다며 찾아오나요?

 문의도 오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레슨을 안해요. 시간이 없어요. 제자들만 가르치는데도 바빠요. 아무래도 교회 지휘하니가 성악 배울 수 없냐고 오는데, 제가 정중하게 다른 분들 소개해드리죠.

-지금 연세중앙교회 성가대를 지휘하시죠?

 2년전에 여기 콘서트에 초청을 받았어요. 우연치 않게 음악회를 했어요. 그전엔 몰랐어요. 그날 예배를 드리는데,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그 뒤로 6개월 동안 기도했어요. 다른 교회 지휘를 하고 있었거든요. 교회를 막 옮길 수  없어서 굉장히 고민했는데, 일단 지휘를 사임하고 평신도로 왔어요. 지난해 3월에 왔는데, 연말에 지휘자로 임명해주셨어요.

-큰교회니까 사례비도 짭잘하시겠네요.

 저는 기본적인 생각이 우리 목사님께서도 부흥성회 하시면서 절대 사례비를 안 받으세요. 주님이 주신 것이니까, 주님 일하는데 제가 어떻게 사례비 받냐고 해요. 절대 부담을 안주세요. 저는 굉장히 그것에 공감하고 감명 받아서 그렇게 하고 싶어서,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사례비 안 받는게 자랑은 아닌데, 옛날부터 생각했던 일이에요. 귀국한 직후에는 그게 생계에도 도움이 되니까 받았고, 성경에도 찬양하는 사람들이 성전에서 녹을 받았으니까 틀린 것은 절대 아니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사회적으로 능력이 되고 주님께 받은게 많으니까 주님께 더 영광을 돌리고 싶어요. 아무래도 사람이니까 부족하지만.

-유학 갔거나 성악하며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나요? 내가 포기해야하나. 경제적으로 능력으로 힘들어, 그런 친구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저도 대학 다니면서 세번 포기했었고. 근데 주님이 포기한 것 자체가 교만이란 것을 깨닫게 하시고 계속 하게 하셨어요. 제 믿음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뒤에는 주님이 축복을 예비하셨다고 믿어요. 연단의 과정을 지나가면 분명히 주님이 예비하신 길이 있다고 믿어요. 자기 자신의 능력 때문에 좌절하지 말고, 기도하면서 공부해 나가면 주님이 예비하신 길이 있다고 믿으면 좋겠어요.

-진짜 실력이 부족할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빠바로티가 되겠다고 음악하면 힘들어요. 100명이 다 빠바로티가 되기는 어려워도, 진정한 음악가는 될 수 있거든요. 자기가 음악가가 되는것이 세계적인 대가가 되는게 목표는 아니거든요. 그걸 목표로 하면 감당하기 어려워요. 회사에서 다 회장될거야하면 어렵지만, 정말 음악을 사랑하면서 그런 마음으로 제자들을 키울수도 있어요. 저도 옛부터 제자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진정한 음악가가 되면 사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빠바로티가 안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죠. 주님을 믿고 앞으로 나가면, 정말 주님이 예비하신 그 길이라는 것은 사람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큰 축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스스로 ‘내가 노래를 좀 하는구나’ 생각하게 된 무대가 있었나요?

 그런 것은 없었어요. 단지 세번째 내가 생각했던 것이, 내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으니까 주님 찬양하는데는 이걸로도 충분하지 않나. 세상 음악은 포기하고 주님 찬양에 전념하자, 그랬는데 이런 마음을 주셨어요. ‘나를 찬양하는데 어설프게 공부한 그 정도로 찬양하고 싶냐’ 딱 이런 마음을 주셨어요. 주님께 드리는 찬양은 최고의 찬양이 돼야해요. 주님이 주신 달란트의 범위를 니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 그게 엄청난 교만이다. 그래서 생각이 바뀐게 제가 찬양의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음악도 그래서 시작했으니까, 제 달란트를 최대한 끄집어 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주님을 찬양하겠습니다, 그랬죠.

-외국에서 상도 많이 받으셨던데.

 그냥, 뭐 누구 나 다...

-겉으론 겸손하셔도 속으론 ‘내가 노래는 좀 하지’ 그러실 것 같아요.

 그런 것 전혀 없어요. 지금도 제자들 노래하는 것 보면 나보다 잘한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른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노래는, 내가 이제 좀 하는구나 생각하면 하향길이에요.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자기 마음의 단지를 비워놔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있고.. 그리고 실지로 비어있고,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베토벤바이러스란 드라마 보면, 지휘자는 카리스마 그 자체잖아요. 똥!덩!어!리! 이런 말도 하고.

 진짜 다 그런 건 아닌데, 지휘자는 좀 무서워야한다고는 하죠. 그래도 전 합창 지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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