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기동단, 볼트새총, 그랜토리노

갑자기 클린트 이스트 우드의 그랜토리노가 다시 보고싶어졌다.

 

한겨레21 사진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습격'해 영정을 '탈취'한 할아버지들 때문이다. '애국기동단'이라고 한다.

 

[한겨레21인터뷰] “쓰레기를 청소했을뿐”대한문 분향소 철거 ‘작전’ 주도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 / “더이상 공권력에 의탁할 수 없어 애국기동단 결성”

이 분들은 자신의 신념("생각이 다르다고 강요해선 안 된다. 일단 일반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공중도덕을 지키고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그게 상식적 사회다.")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을 앞서서 행동("의지나 역량이 부족해 공권력이 완수 못한 것을 우리가 한 것이다")했다.

 

 한겨레 신문은 "우익 민병대가 나타나 갈등과 파국의 징조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21은 파시즘적인 경향이라고 규정했다.

 

 

 

조선닷컴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지면 사진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도 또다른 '민병대'를  대서특필했다.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농성중인 해고 노동자들이 볼트 너트를 새총으로 쐈다는 것이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항의 수단으로 새총을 사용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에도 있었던 일로, 당시에도 정부는 "폭력을 사용하면 대화하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공권력이 주저하는 것 같아서 단죄를 감행했든, 공권력이 자신을 위협하기에 역공격에 나섰든, 공권력을 믿지 못하고 자신들이 스스로 행동을 취한 것은 같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왜 그 두개가 같으냐"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난 그냥.. 그랜토리노가 생각났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기 집을 지키는 '민병대 노인네'로 나오는 바로 그 영화.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한국전 참전용사인 월트 코왈스키는 자신의 재산은 자신이 지켜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집 안에서도 늘 장총을 손에 거머쥐고 커튼 밖으로 앞마당을 내다보는 미국 노인네다.

 

 

영화 속의 인물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월트는 좀 황당하긴해도 나름대로 공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한국전쟁에서 겪은 살육의 경험이라는 트라우마가 있다. '인간은 스스로 자기를 지켜야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포기한다면, 자신은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정신적 상황에 놓여있는 인물이다.

 

애국기동단의 국민행동본부장이라는 저 분도 아마 한국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에 '좌파 척결이 대한민국의 상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긴 것이고.

 

쌍용자동차의 새총든 분도 자신을 지키기위해선 위험한 볼트새총도 들어야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차피 해고된 상황에서 이판사판 아니겠는가.

 

이렇게 놓고 보니 양쪽 다 이해가 간다. 어느 쪽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간지 작살은 아니지만.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래선 안되는 것 아닌가, 정상적인 나라라면. 트라우마를 가진(당한) 사람이 이렇게 많고, 그래서 스스로 군복을 입거나 복면을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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