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중수부장 "부정부패와 싸우는 것이 검찰의 임무"‥그럼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이인규 검사가 오늘 사임했습니다.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는데 오늘에야 수리된 모양입니다.

이 중수부장은 퇴임사에서 검찰의 본분이 법과 원칙을 세우고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부정부패는 보수와 진보 구분할 것 없이 문명사회의 적이라면서 부정부패와 싸워온 것이 검찰의 역사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정의롭고 자랑스러운 검찰의 우두머리로 내정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어제 국회에서 청문회를 가졌는데, 부정부패나 이권청탁이나 불의나 법과 원칙은 참으로 가볍게 무시하시더군요. 위장전입은 너무도 쿨하게 인정하시고, 노무현 대통령이 30년 지기에게 돈 10억 빌린 것은 '포괄적 뇌물수수'로 구속수사해야한다던 분이 자신이 10년 동안 가끔 만났던 부동산개발업자에게 15억원과 고급승용차를 빌린 것은 절대! 절대!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시더군요. 이런 청렴결백의 화신이 검찰의 우두머리가 되신다면... 앞으로 시민이 검찰총장을 고발해서 말단검사가 검찰총장을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사를 하는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질 수 없을거란 생각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도 어디서 15억 쯤 싸게 빌려줄 사채업자를 알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위장전입할 주소지도 좀 알아보구요. 이건 절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니까요. 절대! 절대!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이니까요! 저는 청렴결백합니다!!

 

 

◇이인규 중수부장 퇴임사

 사랑하는 검찰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과 작별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너무도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미처 그 보답을 다 하지 못하고 나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공직에 있었던 동안 보람차고 가슴 뿌듯한 일들이 많았지만, 저는 우리나라 부정부패 척결의 중추인 대검찰청 중수부장으로 공직을 마감할 수 있게 된 것을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듯이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태로 인해 검찰이 여러 가지 시련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수뢰사건 수사 중 예기치 못한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수사팀에 대해 사리에 맞지 않는 비난과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중수부 폐지까지 거론되는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태의 원인과 본질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정확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평에 휘둘리거나 원칙에 벗어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들이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특히 법과 원칙을 세우고 정의를 수호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검찰로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부정부패 척결은 당위의 문제일 뿐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정부패 척결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의 목소리가 다를 수 없습니다. 부정부패에 대해 관대한 사회는 문명사회라고 할 수 없으며, 미개사회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검찰의 역사는 불의와의 투쟁의 역사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리사욕을 위해 정의를 짓밟는 범죄자들과 이들이 저지른 불의로 고통 받는 선량한 피해자들이 우리검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의와 부정부패에 대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이 우리 검찰에게 부여한 사명이요, 존재이유입니다.
 사랑하는 검찰 가족 여러분!
 저는 지금 25년 동안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는 심정입니다. 저는 오늘 정든 검찰을 떠나지만, 저의 마음은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 7. 14.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이인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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