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버리자 ① 이해 받지 못했던 사람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은, 2009년 4월22일 이렇게 썼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 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이 글에선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을 함께 차분히 생각하기 위해 직함과 존칭 없이 이렇게 부르고 싶다)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5월23일에는 이렇게도 썼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마지막으로 남긴 말씀)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에서 그 이전에 죽은 어느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죽음 앞에서 미안해하고, 그를 죽음으로 끌고갔다고 믿는 이들을 향해 원망을 보내고 있다.

 

 나는 노사무(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팬클럽)였다고 이전에 고백한 적 있다.

 

아마 그가 부산시장 선거에서 떨어진 직후였을 것이다.

 

그때 노무현이 한 명언이 있다.

 

“농부는 밭을 탓해선 안된다.”

 

감동이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그를 응원해주고 싶어했고, 그래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노사모'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부산이 고향이어서 노무현이란 이름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초선 의원이 된 뒤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정말 좋아했던 사람으로서(심지어 국회의원 못해먹겠다고 잠적해버린 것도 좋았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렇게 '못해먹겠다' 싶을 때 잠적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선거에 떨어져 낙심해 있을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카페에 가입했다.

 

그 뒤 노사모가 커지면서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선거에서 그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을 하면서 나는 참여하지 않게 됐다. 그래봤자 그전에도 가끔 카페에 들러 글을 읽는 것 뿐이었지만.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을 때, 정말 기뻤다. 어느 누구보다 훌륭한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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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bbs.defence.co.kr

 

어릴 때 집에 리더스다이제스트라는 잡지가 있었다. 이 잡지에는 한편의 글이 끝날 때마다 남는 여백에 원고지 1~2장 짜리 짧은 유머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그걸 즐겨 읽었다.

 

이 짧은 글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루스벨트와 처칠이었다. 영국수상 처칠이 런던에서 자신의 승용차가 신호를 위반했다고 단속하는 경찰에게 표창을 했다거나, 루스벨트가 기막힌 유머를 구사하면서 연합군의 정치지도자들을 설득하고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식의 얘기들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그들의 여유와 소탈함, 서민적이고 유머있는 모습이 좋았다.

 

TV에 나와서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본인은…"하며 권위적이고 딱딱하게 말하는 우리나라의 대통령과는 너무도 달랐으니까.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소탈하고 유머 있는 대통령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무현은 그런 대통령이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이등병을 만나면 차를 뒤로 후진시켜 악수를 하고, 젊은 검사들과 공개토론회를 하고, 그러다가 "이쯤이면 갈 때까지 가자는 거죠?"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까지 해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랬다. 분명히 현장에서는 그 말에 사람들이 웃었다.

 

그런데 반대편에 있는 정치인들, 언론, 그리고 그렇게 간접적으로 그를 접한 사람들은 노무현을 이해하지 못했다/않았다.

 

노무현의 파격적인 스타일을 두고 "권위가 없다"고 비난했고 심지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를 개구리라고 불렀다.

 

그의 스타일만 이해 받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으로서 노무현도 이해 받지 못한 것 같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서 정책을 제시하고 정치권을 향해 결단을 요구하면 거의 빼놓지 않고 여권이든 야권이든 '무슨 속셈으로 이런 것을 내놓았을까' '거대한 음모의 프로젝트가 있다' '정치적 도박사가 던진 승부수'라는 식의 분석이 뒤따랐다. 그의 말과 행동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노무현은 그렇게 정략과 숨은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냥 그 말 대로 받아들이고 얘기하면 될 것 같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안타까웠다. 내가 보기엔 그에게는 참 좋은 면모가 많은데, 그가 보여주는 모습에는 좋은 면이 있는데 왜 사람들은 그걸 못/안 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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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tvpot.daum.net

그러다가 탄핵까지 당했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자로서 정치적 중립의 의무까지 잊고 퇴근 뒤에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노무현은 돌아왔다. 열린우리당은 민주화 이후 최대의 여당(3당 합당한 민자당 빼고)이 되었다.

 

이제 그는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나라를 바꿔갈 수 있는 힘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노무현의 언행은 언제나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엉뚱한 해석과 과도한 공격,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너무 많은 것을 그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모습...

 

노무현은 대통령 취임 1년 뒤 노사모 집회에서 더 많은 지지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치인으로서 정책을 추진하려면 당연히 강한 지지가 필요한 것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대통령 노무현에게 짐이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노무현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그를 지켜봐주고 조용히 응원하면 안되는 걸까.

 

그는 결국, "나를 버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람들은 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원망하지 말라는 마지막 말조차 저마다 자기의 입맛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서거 뒤 중앙일보 1면에 '원망하지 마라'는 말이 거듭거듭 등장할 때, 진보적인 기독교 인사들의 추모예배에서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끊없이 나올 때, 그의 죽음이 '최후의 정치적 승부수'였다는 말까지 나올 때, 나는 노무현이 죽어서도 제대로 이해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국화 한송이 바치기 위해 길게 줄 선 사람들을 향해서도 너무나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정치적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와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졌다. 그건 노무현을 반대했든 그를 지지했든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되는 것이었을까.

 

(글이 너무 길어져서 2,3편으로 나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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