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퇴임사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동기생들이 오늘 잇따라 퇴임의 변을 밝히며 사퇴했다.

 

이들이 남긴 퇴임의 변을 읽어보면, 검찰의 '마인드' 혹은 '컨센서스'가 어떤 것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검찰 출입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예전부터 검찰을 밖에 지켜본 소감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권위적이고 엘리트의식을 갖고 있으며 가부장적인 곳이 검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검찰 동일체의 원칙'이란 것을 내세워 외부의 비판에 자신들끼리 똘똘 뭉치고 자신들만의 논리로 자신들을 변호하며 그 중에서 선임급 검사들은 짐짓 비장한 어투로 '사퇴의 변'을 던지면서 법무법인 변호사로 영전해 가는 모습은 밖에서 보기에는 '자기들만의 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분위기도 비슷한 것 같다. '강압적 수사와 몰아가기 수사가 문제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반성하는 검사는 정말 소수고, '지금까지 다 그렇게 해왔는데 왜 노무현만 문제 삼느냐. 정치적인 바람몰이 같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우리는 국체를 지키는 검사로서 의연하게 해오던 대로 하겠다'는 식의 마인드가 지배적인 것 같다.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법조계의 부조리를 밝힌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으면서 느낀 점도 비슷한데,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는 상층부와 거기에 자발적으로 순응하고 동화되는 하층부로 구성되는 검찰 조직의 문제는, 자신들끼리는 자신들의 정의를 가지고 행동하는데 정작 그 정의라는 것이 편협하고 낡은 것이라는 점이 드러나는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의 지배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정서나 태도와 너무나 닮아있다는 점이다.

 

나는, 스스로 자기를 반성하고 고쳐갈 줄 모르는 조직은 도태되거나 해악을 끼치는 조직이 도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검찰은 그 전형적인 예인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 조직일수록 자기들 끼리는 근엄하고 비장하기 그지없는데 한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블랙코미디 같을 때가 많다.

 

이번에 사임의 변을 밝힌 2명의 검사들의 글을 읽어봐도, 마지막 물러나는 순간까지 검찰 조직의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나아갈 길을 말하기보다는 이른바 '가오'를 잡고 '후배들아 니들을 믿으니 나도 잘 봐줘'라는 식의 태도가 엿보인다.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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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떠나며/김수민 인천지검장 사의표명의 글>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렵니다.
까까머리 학생시절 부모님 뜻을 거스르며 선택한 인생행로, 평생토록 사랑하고 헌신하려던 검찰에서의 발걸음을 여기서 그만 멈추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24년 전 새내기 검사로서 스스로 내린 소명의 잔에 담겨있는 성취는 보잘 것 없고 또 이를 채울만한 능력과 시간도 없지만, 검찰과 여러분을 향한 저의 염원과 애정을 대신 채워놓고 떠납니다.
얼마 전 신임총장 지명 소식을 접하자마자, 뒤 물결이 앞 물결을 거세게 밀고 나아가라는 뜻이 함축된 인사로 새기고 물러나기로 마음먹었으나, 차마 일선의 긴 공백을 빚을 수 없어 머물다가 이제야 짐을 벗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저의 새 출발은 애초의 계획보다 시기상조가 되었지만, 6월 초 검찰의 일대변화가 임박했음을 예감하고 마음을 다스릴 겸 여러분께 드릴 작별인사 초안까지 잡아놓았던 차라, 담담히 떠납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행복한 검사였습니다.
자리보다는 일이 먼저였기에, 어디서나 편안하였고 잘 웃으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일 자체가 보람이었기에, 공명심을 억누르고 上士忘名을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때론 참기 힘든 고난 속에서도 여러분과 함께였기에,‘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를 읊조리며 자신을 추스르고 사무실과 사건현장, 법정, 국회, 기자실, 보호시설 등에서 신명을 바쳐 일할 수 있었습니다.
열여덟 차례나 주어졌던 일터는 섬기고 보살피라는 소명이라 믿었기에, 늘 겸손해야 했고 여러분과 숨결을 맞추며‘네 덕, 내 탓’을 실천하려 하였습니다.
또한, 시종 당당할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자리란 잠깐 머무는 일터일 뿐, 공정한 가운데도 삿된 노느매기가 섞일 수 있는 인간사의 하나이지 승패의 심판이 아니라고 여겼기에, 시간을 아껴 헌신해야 했습니다.
능력보다 큰 자리는 버거운 짐이기에, 검사로서의 생애 내내 승진은 물론 자리를 탐낸 적이 결코 없었지만 선배의 신임과 동료?후배의 성원 덕분에 순조로이 승진하고 과분한 자리를 맡아왔습니다.
위로받는 자리에서도 저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검사이었기에 의연할 수 있었고, 검찰은 저의 소중한 배움터이자 꿈의 무대이었기에 열심히 익히고 일해야 했습니다.
아울러,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널리 용서를 빕니다.
그동안 국체를 수호하고 정의를 세운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고, 법교육과 전자발찌로 법치의 초석을 쌓고 사회안전망을 마련한다는 보람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중 여러분의 도움 없이 이룬 게 하나도 없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한편, 저의 불민함과 불찰로 국민과 검찰가족 여러분께 괴로움과 번거로움을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너그러운 용서를 빕니다.
특히, 정의롭지 않은 대세에 맞설 용기와 지혜가 부족하였고, 선비답지 못한 짓들을 꾸짖는 대신에 민망스러이 여기기만 하였으며, 경청하고 수용하기보다 자신의 뜻만을 고집하였음을 깊이 반성합니다.
존경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지금 검찰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여러분이 똘똘 뭉쳐 올바른 길을 간다면 곧 극복되리라 확신하지만,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찬란한 미래를 열기 바랍니다.
이에 저의 전부였던 검찰이 사랑받는 조직이 되어야만 한다는 간절함과 어려운 때에 먼저 떠나게 된 미안함에서 제 부족함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드리는 말씀이니, 저의 충정으로 받아주시길 빕니다.
첫째, 단합입니다.
검찰 조직의 인력운용상 한계는 그 독립과 중립을 보장할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인적자원을 아껴가면서 꾸리는 상궤를 좇아왔고, 고유한 문화도 내려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구성의 급변은 혼란이나 불화를 수반하기도 하지만, 그런 때에도 검찰은 단결과 화합의 강령 아래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대들보가 무너지면 서까래도 무너지고 , 서로 죽이려 들면 함께 망하는 법입니다.
더욱이 검찰은 上敬下愛의 기풍과 위기극복의 전통을 지닌 불요불굴의 명문입니다.
또한, 검찰은 국가의 중추 기관입니다.
검찰의 부침과 그 활력의 성쇠는 사회 전반과 여러 조직에 직접 파급됩니다.
과거 걸핏하면 갖은 이유로 검찰을 능멸하거나 넘보고 주구로 몰거나 길들이려하면서까지 검찰이 마땅히 가야할 길을 막는 훼방꾼들이 종종 나타났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이에 맞서 소임을 완수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돌보라는 국민의 소명을 받드는 일입니다.
나무가 썩으면 벌레가 생기고, 가느다란 화살도 여럿이 모이면 쉽게 꺾이지 않는 법입니다.
꼭 여럿이서 손을 잡고 나아가 담쟁이처럼 시련의 벽을 기어코 넘고 소명을 온전히 받들길 기원합니다.
둘째, 검찰의 지표와 영혼입니다.
검찰의 나아갈 지표는 법과 원칙입니다.
이는 불후의 준칙으로, 무상한 민심과 권력의 종속변수일 수는 없습니다.
역사에 무한책임을 지는 先憂後樂과 오로지 국민만을 섬기는 일편단심이 검찰의 노선이요, 그럼으로써 마주칠 고립무원과 핍박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검찰인이 간직해야 할 영혼은 정의입니다.
정치적 풍향에 기웃거리거나 두려운 억지에 고개 숙이는 짓은 깨어진 유리창이 되어 결국 검찰혼을 좀먹게 됩니다.
선비정신으로 올곧게 가다듬고, 정의의 빛을 늘 골고루 비추어, 다투지 않고도 이기는 길을 가야하며, 영혼을 팔아 보호받거나 겁먹은 나머지 본체만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막상 새로운 길에 들어서려니, 문득 밀려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환갑을 넘긴 대한민국 검찰의 긴 역사에 영웅들의 발자취와 스승들께서 세워놓은 이정표가 선연히 떠오르지 않는 아쉬움입니다.
그러한 위인과 師表는 조직의 긍지를 높이고 추구할 가치를 밝히는 횃불이 되며 후대에게 명예로운 족쇄가 될 터인데 ??? 부메랑을 던지거나 만날 타국 것만 기리고 있으니 ???
그 탄생과 부활은 여러분의 몫과 짐으로 미루고 떠납니다.
미완일 수밖에 없는 저의 꿈도 여러분께서 대신 이루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떠나지만, 영원한 검찰인으로 여러분을 성원하고 간절한 눈으로 지켜볼 것입니다.
또,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그동안 함께 했던 검찰가족들과 어울려 부르던‘젊은 그대’를 응원가로 바치면서 저의 장황한 작별인사를 마칩니다.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젊음의 태양을 마시자
보석보다 찬란한 무지개가 살고 있는 저 언덕 너머
내일의 희망이 우리를 부른다.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아- 아- 사랑스런 젊은 그대 아? 아? 태양 같은 젊은 그대)
미지의 신세계로 달려가자 젊음의 희망을 마시자
영혼의 불꽃같은 숨결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강산의 꿈들이 우리를 부른다.

젊은 그대

 

검찰의 발전과 검찰가족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9. 7. 6.
                                                       검 사 金 秀 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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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검사장의 글 전문>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아롱아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이 형 기 시인,    낙화 -

사회적 강자라 해서 교만한 자에게는 법의 권위를 보여 정의를 실현하고
사회의 힘없는 민초들에게는 법의 사랑과 보호를 베푸는
그런 검찰의 모습을 지켜가시기를 기원 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안에서
행복 하십시오.

             2009.    7 .    6 .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김   종   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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