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국내 첫 시행 현장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존엄사’가 시행됐다. 2009년 6월23일 오전 10시23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었다.

 

*참고: 존엄사는 존엄하지 않다


 이날 존엄사 시행에 앞서 환자의 가족들은 기독교식으로 예배를 드렸다. 고인은 교회의 집사였다. 가족과 변호인들은 이날 존엄사 시행 직후 자신들의 입장을 장문의 글로 밝혔다. 의료진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의료진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세브란스 병원측은 법원 판결 당시에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존엄사는 일반적으로 기독교계가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한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해당 의료진이 찬성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례는 의료진이 반대하고 기독교인인 가족들이 찬성하는 구도로 소송이 진행됐다. 연명치료 중단 허용을 결정한 판사도 기독교인이었다. 환자의 가족들이나 판사도 분명 신앙인으로서 자신들의 결정을 앞두고 깊이 고민하고 기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교회/신학계의 공식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어찌보면 한국사회에서는 신실한 기독교인들에게조차 신학이나 교회의 입장 같은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가족들은 이날 “16개월 전 웃으며 이 병원을 걸어서 들어오신 장모님이 시신으로 장례식장을 향한다는 것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면서도 “말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또 한편 우리의 믿음으로 16개월 동안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안식처인 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장모님의 입장은 오늘이 기쁘고 즐거운 날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신앙적인 소회를 밝혔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기독교재단에 속해 있는 병원은 의료진의 법적 책임과 기독교적 소명을 고려해 존엄사에 반대하고 연명치료를 하면서 혹시 기적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기다려보자는 쪽이었고, 가족은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고통 받는 모습이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존중하지 못 하는 것으로 보였고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사를 택해 천국으로 보내드리는 것이 더 신앙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같은 상황은 신학적으로도 한번 재조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선 종종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이 소극적 안락사 또는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를 의사들이 포기하는 시도로 오해되기도 한다. 안락사란 의사가 환자의 임종에 개입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용어이다. 반면 존엄사는 환자가 존엄하게 임종을 맞이 할 환자 권리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의료계 법조계의 논의를 거쳐 용어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통일할 필요가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밝힌 사전의료지시서의 근본 취지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할 때, 의사가 이를 이행해도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이지현 기자,"호흡기 떼어내겠습니다”…사회적 합의 시급">

 개인적으로는 일단 ‘존엄사’라는 용어가 이같은 연명치료 중단 행위를 조장하는 표현이라는 이상원 총신대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고 다른 표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존엄사’라는 표현이 인간으로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해야하는 환자가족들에게는 위로가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과연 나에게 같은 상황이 다가온다면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존엄사’가 허용됐다고는 하지만, 모든 죽음은 개별적인 사례로 엄격하게 판단돼야 하며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료계 종교계 또 이번 일의 유족들이 모두 같은 입장이다.

 국내 첫 존엄사 과정을 기록하는 의미에서 여기에 정리해 둔다.
 
2008년 2월15일  김씨 폐암 여부 확인 위해 세브란스병원 입원
2008년 2월18일 김씨 폐 조직검사 중 식물인간 상태에 빠짐
2008년 5월9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
2008년 5월10일 ‘존엄사 관련법이 없는 것은 헌법 위배’ 헌법소원 제기
2008년 6월2일 병원 상대 민사소송 제기
2008년 7월10일 서부지법, 김씨 가족이 낸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 기각
2008년 9월1일 서부지법 재판부, 병원 현장검증
2008년 10월8일 서부지법,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에 환자 상태 감정 의뢰
2008년 11월6일 공개변론
2008년 11월28일 서부지법 “존엄사 인정, 인공호흡기 제거” 판결
2008년 12월17일 병원, 비약상고 결정…김씨 가족 반대
2008년 12월18일 병원, 존엄사 인정 불복 항소
2008년 12월30일 서울고법 민사9부, 변론준비기일
2009년 1월20일 항소심 첫 기일
2009년 2월5일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존엄사법 대표발의
2009년 2월10일 서울고법 민사9부, 병원 측 항소 기각
2009년 2월25일 병원측 상고장 제출
2009년 2월27일 대법원 접수(사건번호 : 2009다17417)
2009년 3월3일 대법원 1부에 사건 배당
2009년 3월4일 존엄사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 개최
2009년 4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2009년 4월30일 존엄사 재판 관련 마지막 공개변론
2009년 5월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존엄사 인정
2009년 6월10일 병원, 김씨 인공호흡기 제거하기로 결론

2009년 6월23일

 (취재진 중 1명이 대표로 들어가 모든 과정을 기록. 다만 참관만 가능할 뿐 질문은 절대 안되고, 예배나 호흡기 떼는 과정은 사진촬영 불가. 특히 환자와 가족, 의료진 포함해 모든 인물의 얼굴 공개는 거절.)

 

△오전 8시 50분 9층 중환자실
- 환자, 기계 호흡기를 떼고 수동호흡기를 댐.
- 체온은 25도까지 내려감. 호흡기 뺀 탓이라고. 간호사 등 5명이 침대로 옮김. 환자는 약간 눈 뜬 상태. 의미 없는 개안이라고 함.

 

△오전 9시가 조금 못 돼서 15층 1인실에 도착
- 병실 쪽 접근은 제한.
- 병실 밖에 변호사와 여자 가족 셋, 남자 가족 하나가 있었음. 여자 가족들은 많이 운 듯 눈이 부어 있었고 계속 눈물을 닦아 냄.


△ 9시 16분

- 병실 잠깐 공개. 방송카메라 기자 1명과 취재기자 1명 입회. 질문은 하지 못함.
- 의료진 5명과 맏사위 있음. 신씨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음
- 환자는 코에 유동식 공급 호스, 입에는 기계와 연결된 호흡기를 끼고 있었음. 고개는 오른쪽을 향했음. 눈을 뜨고 있었고, 입을 움찔움찔했으나 의미 없는 동작이라는 설명. 환자는 어깨에 조금 못 미치는 머리를 뒤로 곱게 빗어넘긴 모습.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얇은 이불을 목까지 덮은 상태. 계속 수액을 공급하고 있어 약간 부은 모습.
- 예배와 호흡기 제거 과정에 참석하는 가족은 11명. 그리고 가족측 변호사, 목사, 부장판사.

(판사는 이날 오후 취재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판결을 내린 판사가 현장을 보려고 간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기도를 드리러 갔다. 그 이상의 해석은 말아달라.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드렸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사안이 정리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도 될 만해지면 그 때 말씀드리면 안되겠나. 지금 심경은... 저 자신도 좀 그렇다. 좀... 그렇다는 말밖에는 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9시 30분
- 가족들 하나둘씩 도착. 병실 밖에서 대기.
- 부장판사도 와 있음.
- 가족들이 하나둘 드나드는데,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함이라고.

 

△9시 35분
- 가족들이 할머니 침대 주변에 모여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음.
- 할머니 발이 순간 움직임. 그러자 가족 하나가 할머니 발을 계속 주무르기 시작.
- 딸인 듯한 할머니 얼굴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대고 할머니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은 건넸음 “엄마.. 아....너무 하지 말고.... 천국에 가서 아버지도 만나고.... 행복하게.....”

 

△9시 50분 예배시작
- 가족간의 서로 인사
- 예배 보는 동안 가족들은 계속 울었음.

△10시 6분 예배 끝
- 예배 끝난다음 할머니 주변 사람들은 이어서 어머님 은혜 노래를 불렀음

△10시 21분
- 주치의 “호흡기 제거” 말함. 그대로 시행.

△10시 23분
- 호흡기 연결된 기계전원 끔

 

△10시38분

- 환자는 고개를 비스듬하게 하고 있던 중 양쪽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어 유족과 변호인 측의 공식 입장 발표가 있었다.

 

환자의 맏사위가 유족 대표로 공개한 편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소천하신 김ㅇㅇ집사님의 맏사위이며, 가족들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저는 16개월 전 웃으며 이 병원을 걸어서 들어오신 장모님이 시신으로 장례식장을 향한다는 것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낍니다. 장모님의 소천은 몹시 비통하며, 또한 마음의 커다란 의지처가 사라진다는 것에 천붕지괴의 심정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한 말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또 한편 우리의 믿음으로 16개월 동안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안식처인 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장모님의 입장은 오늘이 기쁘고 즐거운 날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의 광야 길을 순례자로 걸어오다, 오늘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영원한 아버지 나라에 들어가 하나님의 위로와 축복이 있는 날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남아있는 가족들은 훗날 아버지 집에서 다시 뵈올 때까지 각자의 소명대로 남은 인생의 여정을 충성되게 살아 갈 것이라 다짐하며, 그날에는 이번 사건의 의문들을 온전히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세상에서 다시 뵙지 못한다는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이 자리를 통하여 그동안 장모님과 저희 가족들을 위하여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또한 의학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무지한 저희를 이끌고 거대한 조직의 횡포에 성심으로 동행하여 주신 법률사무소 해울의 신현호·백경희 변호사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있었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판결에 의한 치료 중지 시행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었던 시도였지만, 저는 우리와 같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이러한 사례도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바라고, 더 이상은 이런 무참함과 슬픔의 고통으로 점철된 저희 가족과 같은 입장이 재발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더욱이 저희 가족들은 이번 사건이 너무 비약되거나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소송은 단지 저희 가족들의 소송으로 끝나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는 사회적으로 좀 더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서비스와 법적보완들이 조속히 강구되어, 이번의 희생이 이 사회를 위하여 의미 있게 되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의료행위도 상호간의 계약에 의한 대가성 서비스라 한다면, 이 사회의 모든 계약이 그러하듯이 서로 평등하고  합리성을 담보해야만 하겠습니다. 잘못된 관행에 의한 불의와 부당함이 적법인양 휘두르는 일방적 횡포나 가진 자의 자만에 의한 부정한 힘의 남용이 이제는 이 사회에서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생각해 보면 아직도 저희 사건에 많은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그 순간순간에도 이 사회의 정의와 공의가 바로 서서 모든 일들이 처리되고 마무리되기만을 바랍니다.

끝으로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저희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슬픔 속에 있습니다. 따라서 혹시 의문이나 질문이 있다 하여도 저희가 감추거나 숨길일도 없으므로 앞으로 충분히 설명 드리겠으니 이번 장례기간에는 저희 가족들이 조용하고 경건하게 장례절차를 행 할 수 있도록 취재를 자제해 주시고 차후에 저희 변호사님을 통하여 연락 주시기를 바랍니다.

가족대표 맏사위 심ㅇㅇ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의 편지

오늘 원고가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상실한 채 무의미하게 연명치료를 받아오던 중 대법원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 받았습니다. 원고 대리인은 연명장치제거 후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 한 원고에게 존경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깊은 애도를 표시합니다.

이 건이 이렇게 사회적 관심을 가지리라고는 애초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만큼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가 함께 논의하고 합의를 이루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가족사회에서는 어린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커왔으나, 핵가족화 되면서 죽음을 접할 기회가 줄면서 죽음을 외면하고 나아가 두려워하는 풍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이 건을 통하여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원고 가족들이 인공호흡기의 제거절차를 공개한 이유도 이런 취지입니다. 다만 언론기관에서는 원고나 그 가족의 초상권, 사생활권 등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프라이버시권은 침해되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평소 원고의 의사에 따라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과정이었지, 사기를 앞당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논의되었던 죽음과 관련된 문제, 즉,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간의 충돌, 사전의사결정방법의 부존재, 추정적 의사의 인정 여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범위, 말기상태의 정의 등 결부된 여러 가지 쟁점 등이 산재해 있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지속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권과 생명권의 조화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원고 대리인은 이건 의료사고 이후 원고의 인격권을 존중하여 주신 대법원, 생명권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하여 주신 세브란스병원 의료진과 윤리위원회, 이 건과 관련된 문제가 널리 인식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여 준 언론기관 관계자 들께 감사드립니다.

 

상황은 이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환자는 호흡기를 뗀 뒤에도 호흡을 계속했다.

 

△11시35분

- 목사, 교회 신도 등 15명과 가족들이 예배 한번 더 드림.
-호흡기 뗀 후 가족들은 병실옆 대기실에 머무르며 할머니를 교대로 들여다 봄.
-발과 팔 등 몸을 주무르고, 귀에 대고 말을 걸기도 함. 얼굴 다 상했다, 엄마 힘들지? 등

△11시 50분

- 유동식 2캔이 들어가 호스를 이용해 환자가 식사를 함.
- 맥박 90∼94 유지(정상은 85 전후)
- 산소포화도 90 선에서 오르내림 (정상은 96∼100)
- 호흡수 22∼21 정도였다가 19까지 떨어짐. (16∼18)

 

△12시50분

- 환자는 여전히 눈 뜬 상태. 입 움찔움찔. 발도 가끔 경기하듯 헛디딘 것처럼 움직임
-의료진 말에 의하면 깨어 있는 상태라고.
-잘때는 눈을 감고 자고, 평소에는 자다 깼다를 반복하는데 오늘은 벌써 3시간 넘게 깨 있는 상태.
-호흡, 산소포화도, 맥박 등도 기계 호흡을 할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음.
-가족 몇몇은 식사하러 가고 몇몇은 병실 옆에서 대기 중
-병실에는 의료진들이 돌아가며 있고, 큰 사위가 할머니를 살피고 있음.
-손녀가 오디오를 들고와 복음성가 연주 씨디를 틀어놨음.

 

△1시 20분/의료진 기자회견

김할머니 존엄사에 대한 대국민 발표문

항상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사랑하고 관심으로 지켜봐준 국민여러분,

대법원 판결과 가족 뜻에 따라 김 할머니에게 부착돼 있던 인공호흡기를 10시 22분 주치의 박무석 교수를 비롯한 5명의 담당 의료진이 제거했다. 호흡기 제거 3시간 경과한 현재 안정적으로 자가 호흡 중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세브란스는 오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대법원 판결과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는는 가족들 뜻에 따라 제거했지만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존엄사는 최대한 억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며 지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투병 중인 수많은 환우들이 있다. 투병의지를 일깨우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편이다.

 

즐거움과 고통도 삶의 한 과정이다. 편안한 죽음이라는 미명 하에 존엄한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무분별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연세의료원장 박창일

 

<문답>

- 환자 상태와 혈압은?
 “혈압은 105-80 정도. 이전에 중환자실에서와 같다.”

- 환자의 폐 기능은 정상인지.  욕창 정도와 혈액 내 백혈구 수치는?
 “현재 욕창은 없는 상태다. 염증 소견은 없는 상태다.”

- 얼마나 더 호흡을 할 것으로 보이나?
 “호흡이 아주 약한 상태이지만 자가 호흡으로 산소포화도가 92%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잘 지켜봐야 겠다.”

- 인공호흡기 제거한 후와 전의 환자 상태에 차이는?
 “없다.”

- 이것은 예상 못했던 상황인가?
 “자가 호흡 없을 때는 30분∼1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지만 사지 마비환자 등은 자기 호흡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이런 상태일 수도 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자가 호흡이 (예측보다 길게) 유지되는 편이다. 더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 장기간 지속되면 병원에서 어떤 조치를 하게 되는가?
 “수액과 영양공급 등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인공호흡기 제거하라는 거였지 다른 조치 하지 말라는건 아니었기 때문에 생명이 남아있는 한 다른 의료적인 조치는 시행할 예정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가족들이 환자를 집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나?
 “가족이 원하면 모시고 갈 수도 있다.”

- 대국민 발표문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뉘앙스인 것 같은데?
 “저희는 대법원 판결 우선 수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존중하지만, 그 근거가 됐던 사망임박 단계에 대해서는 반대해왔다. 환자가 사망임박 단계는 아니라는 주장에 변함이 없고. 법적으로 항의하고나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현재 김 할머니의 치료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 재판과정에서 외부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사망임박 단계라고 말한 걸로 알고 있는데?

 “사망임박단계는, 식물인간의 3단계를 나눈다면, 그 첫 번째 단계는 뇌사상태, 다장기 손상(폐, 콩팥 등)을 사망임박단계라고 생각하고 있고, 호흡이 떨어진 상태는 인공호흡기로 충분히 오래 살 수 있기 때문에 사망임박단계라고 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김할머니는 사망임박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콩팥이나 다른 장기 손상은 없고 뇌 손상만 있다.”

- 지금 이 환자는 가이드라인 중 어느단계인가?
 “2단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좋아지고 호흡이 계속된다면 3단계로도 갈 수 있다. 즉 호흡기가 필요 없이 상태로 오랫동안 생명을 지속할 수 있다. 외부에서 영양공급을 해준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그렇다.”

- 환자의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는 말인가?
 “호전된다는 것보다도 지금 자발호흡이 정상 사람보다 많이 떨어져 있지만 그 상태로 계속오랫동안 갈 수도 있다. 그러면 3단계로 보는 게 더 낫다고 본다.”

- 담당 의사의 소감은?
 “우선 가족들이나 환자에게 환자가 마음 편이 쉬었으면 하고. 아무래도 착찹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중환자실이 하루에도 여러번씩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인데 김할머니를 봐서 삶과 죽음이라는 것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 됐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다.”

- 다른 환자에게 같은 경우가 생갈 경우 어떤 영향이 있을 수 있나?
 “대법원 판례 이후에 전국 각 의료현장에서 존엄사 요구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존엄사에 관해서는 의료진과 가족 간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많지 많을까 생각된다.”

- 지금 환자 상태는 예측과 빗나가는 상황인가?
 “자발호흡이 인간의 생명이란 건 끈질기다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자발 호흡은 갑자기 상황이 올 때는 아마 빠른 시간 안에 생명을 잃게 되고 호흡이 정지되고 심장마비가 오겠지만 장기간 지나면서 환자 스스로에게 적응이 많이 된 듯 하다. 그래서 시간이 굉장히 길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었다.”

- 환자의 상태와 관련해, 의료 과실 문제에 대한 병원의 입장은?
 “우리는 그런 경우에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 충분이 올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암조직은 항상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그건 나중에 소송이 진행 중이니까 법원에서 판결할 문제다.”


△2시30분/가족대표 맏사위 심씨 기자회견

-소회는?
  "마음 속에 분노도 있고 한도 있고, 인간적인 면에서는 굉장히 처참하다. 장모님과 모든 가족들은 장모님이 세상을 떠나셔도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위로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뵐 수 없어 슬프다."

 

-첫 존엄사가 시행됐는데.
 "존엄사 판결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개인적으로 시작했는데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이슈화되는 바람에 가족들이 언론에 나타나는 게 부담스럽다. 원칙적으로는 언론에 공개하는 걸 꺼려했는데 어쨌든 사회적인 책임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존엄사라는 말을 붙여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앞으로는 법적으로 정립이 되고 의학적으로도 죽음에 대한 개념이 달라져서 무의미하게 생명이 이어지는, 사망도 아니고 살아있는 것도 아닌 상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고, 법적으로 정립됐으면 좋겠다."

 

-오전에 밝힌 가족의 소회 중 거대한 조직의 횡포라는 표현은 병원과의 갈등 얘긴지?
 "지금 병원과의 갈등 얘기하려면 밤새도 모자라다. 기자들이 몇 시간동안 병원의 행위를 봤을 거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1년 7일 동안 참아오고 있었다. 예를 굳이 들자면 장모님에 대한 정보를 처음부터 정확히 안 줬고, 하루 이틀이면 깨어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니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압류하겠다고 통보가 왔다. 병원비를 우리가 안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소송에 대해  판결나면 주겠다고 했는데 그걸 굳이 압류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아무리 얘기해도 안 돼서 며칠이 지나 병원장 앞으로 내용증명 보내서 해결했다. 오늘 경우에도 사실은 아시다시피 5월 21일 대법원 판례가 났다. 그리고 5일 만에 판결문이 도착했다. 근데 병원에서 아무 얘기도 없어서 29일 쯤 변호사한테 ‘병원 일정이 잡히면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손명세 윤리의원회 원장이 6월 1일에 윤리의원회 연다고 해서 그럼 3일이나 4일 쯤에 호흡기 제거하는 절차 갖겠다고 했다. 처음엔 된다고 했다가 1일에 전화 와서 안된다고 했다. 우리는 10일이나 11일날 예배를 드리고 호흡기 제거하겠다고 했더니 또 그렇게 하자고 하다가 윤리위원회를 6월 10일에 연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한테 다 얘기했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더니 11일에는 윤리위원회 소위를 한다고 안된다고 했다. 그럼 11일이 안되면 언제쯤 되겠냐고 했더니. 다다음주에 월요일부터 목요일 사이에 날짜 정해서 얘기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또 변호사한테 메일을 보내 언제 호흡기 제거할 거냐고 했다. 그래서 '21일날 예배 보고 호흡기 제거하겠다'고 했더니 거기에 대해서도 왈가왈부가 많고, 변호사 통해서 거의 속에 있는 게 다 드러날 정도로 깐작거리면서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래서 변호사한테 '병원이랑 더 이상 얘기 못하겠다. 법적으로 강제 절차 밟겠다'고 했더니 지난주 목요일날 병원에서 만나자고 하더라. 그래서 23일 10시에 하는 것으로 잡았는데, 공개여부와 장소가 이슈였다.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할 부분도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호흡기 제거 시에는 얼굴이 나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른 가족한테는 질문하는 걸 자제해준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거기에 대해 병원이 불만이 많았나보다. 그러더니 어제는 병원장이 오면 결정하겠다고 하더라. 사실 호흡기 제거하는 것도 1인실이 있고 임종실이 있는데, 임종실은 건물을 몇 개 옮겨가야 해서 그냥 1인실에서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니까 그러라고 하더니 어제는 또 저녁 6시까지 안된다고 했다.그래서 ‘그럼 가능한 곳에서 하겠다’고 했다. 중환자실에서라도. 그래서 그랬더니 저녁에 또 홍보팀장에게서 메일이 와서 1인실을 정했고, 임종 예배만 공개하는 걸로 했다고  하더라. 어제 밤까지 장소에 대해서 모든 것들에 대해서 병원과 부딪쳤다. 우리는 일개 개인이고 병원보다 권력도 돈도 명예도 없지만 너무 일방적이다. 세브란스는 대법원 위에 있는 기관인 것 같다. 판례가 난 걸 가지고 윤리위원회를 여는 데 16일이 걸리고 또 소위를 여는데 14일 걸렸다. 가족들과 환자를 위해서 시간을 단축하려고 그런다고 책임질만한 사람이 얘기 했는데, 10일 윤리위 열고 나서는 '더 살 수 있는 사람에게서 호흡기 제거하는 거에 대해서 결정하기 힘들었다'고 얘기하더라. 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하지 않나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게 안타깝다.

 

-환자가 예상보다 길게 자가호흡하고 있는데?
 "작년 2월 16일에 토요일 한 시 쯤에 입원하셨다. 시술을 18일 아침 9시 전에 했다. 처음에는 뭘 몰랐다. 중환자실로 저녁 7시쯤 옮겼다. 호흡이 그 때는 조금 있다고 하더라. 근데 며칠 후에 열 네 번을 호흡을 기계로 넣으면 18번이 나온다고, 자가호흡이 네 번 있다고 하다가 몇 달 후에는 자발호흡이 없어졌다고 하더라. 1년 이상을 그랬다. 호흡기를 제거하게 되면 바로 소천하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3시간이 의외로 지났는데, 오히려 호흡은 기계로 할 때보다 편안해졌다. 강제적으로 무의미한 삶을 연장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우리는 감사하다. 의료진에게 자발 호흡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댁으로 모실 계획인가?
 "병원에 계속 입원해 계실 거다. 호흡기만 뺀 거지 튜브 통해 영양이 들어가고 있다. 다른 치료는 계속 하고 있다. 집으로 옮기면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다."

 

-연명치료 중단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주치의가 3월 10일에 뇌사위원회 열어 판정하겠다고 하더라. 입원할 때 주치의가 그날 가족들의 의견을 말하면 윤리위 열어 조치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몰랐다. 우리는 깨어날 거란 생각 때문에 계속 있었고 신경 안 썼는데 그 얘길 자꾸 하길래 가족들이 모여서 기도를 했다. 장모님이 3녀1남인데 다 시집장가 갔기 때문에 네 가정이 1주일씩 집에서 기도하고 하나님 음성 구하자고 했다. 근데 아무도 음성을 듣지 못해 그럼 우리가 우리 생각을 내려놓고 그냥 장모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1주일 다시 기도해보자고 했는데그런 마음을 주시더라. 그 후에 모여서 장모님한테 전에 들었던 얘기들을 하는데 하나같이 그 상황이 되면 호흡기를 떼야 된다는 의견이었다. 2005년 1월 10일에 장인어른이 이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그 때 막내 처남이 출장가 있었는데 갑자기 악화돼서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끼겠냐고 하더라. 어쨌든 처남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될 것 같고 막내 사위도 중국에 출장 중이었기 때문에 인공호흡기 끼면 어떻겠냐고 장모님한테 여쭤봤더니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장인어른은 그날 밤 운명했다. 그 다음에 장례 치루고 나서 제 아내한데 '그거 끼우면 사는 것도 아니고 전혀 의미 없는 것'이라고 하시며 앞으로 그런 일이 있으면 본인한테도 하지 말란 얘기를 너무 확고히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이 소송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찍 안 떼준 것에 대해 불만은?

 "불만은 없다. 사실 소수 의견이지만 돌아가시게 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많이 갖고 있었다. 며칠 늦게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자꾸 말을 바꾸고 미루는 것에 문제가 있다."

-부검은?
 "지금은 형사고발돼 있던 부분 때문에 부검을 해야만 되는 상황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는데 원인도 모르기 때문에 부검을 해서라도 명확히 원인을 알고 있는 게 그냥 지나갔다가 생각나는 것보단 한이 덜 남겠다고 변호사한데 얘기했다. 그래서 하자고 했는데, 1년 4개월이 더 지나다보니까 지금 와서는 아물대로 다 아문 것을 굳이 해야되나 싶어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랑 상관없이 해야되는 경우가 두 가지 있는데, 병원에서 사망원인을 미상으로 써 놓거나 검찰에서 강압적으로 해야할 경우다. 근데 두 번째 경우에 걸려서 해야된다."

 

-민사는?

 "취소 안한다. 사실 병원비가 2억 얼마 정도가 나왔다. 그중 우리가 150일쯤 지나서 특진을 일반진단으로 바꿔서 1600만원 조금 넘는 정도다. 의료관리공단에서 2억 정도 내야 된다. 그럼 취소하게 되면 보험료 낸 분들에게서 내가 그 돈을 슬쩍 하는 것 같이 되기 때문에 취하할 생각 없다. 내가 지면 1600만원 부담하면 되지만, 병원에서 지게 되면 의료관리공단에서 받은 2억을 다시 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취하할 생각 전혀 없다."

 

-부검이 할머니 의사와 상반되지 않나?
 "장모님은 평소 팔목 위로 올라가는 윗도리를 입은 것을 못 봤고 복숭아뼈 위로 올라가는 옷을 입은 적도 없다. 나이 먹으면서 다리가 오자로 휘었는데 그런 게 흉하다고 남들에게 보이는 거 꺼려했고, 팔은 교통사고 당해서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그런 거 보여주기 싫어 긴팔 입고 다녔을 정도다. 하지만 그 정갈한 모습이 치부를 다 덮어버리는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고통을 격고 있는 다른 가정이 많다고 생각하나?
 "대형병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장모님 같은 사건으로 인해 이런 고통을 당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장기 입원한 환자들이 얘기하는 것 많이 들었다. 우리 때문에 방송에 토로하는 거 보니까 그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고. 의료 계약도 계약관계다. 쌍방이 평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너무 심해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고쳐졌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면?
 "병실에서 치료 가능하면 거기 있으면 좋고 중환자실로 가야 되면 갈 것이다."

 

-호흡기 떼는 순간 공개에 대해 찬성했나.
 "나는 여기 서기 전까지 방송에 나타난 적이 없다. 변호사 말고는 공개하기 꺼렸다. 좋은 일도 아니고 죽음이라는 것이 보통 꺼리는 문제이기도 하고 사적인 문젠데 이걸 다 보여주는 건 그렇지 않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변호사가 그걸 막는다면 병원 측에서는 막을 수 있겠지만 장례식에서는 어떻게 하고 그 이후는 어떻게 할거냐고 하더라. 우리나라에서 처음이고 전 세계에서 3번째라고 하는데 역사적인 부분도 있고 하니 어느 정도 공개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다시 토론했다. 그래서 임종예배는 가족끼리 하고, 우리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니까 공개하고, 장례절차 과정에서는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얘기하기로 했다."

 

-세브란스 병원에 대한 가족들의 생각은?
 "이 병원이 북한돕기 사업에 들어가 있는 부분도 있고 의사들이 자기 영역에서 의학발전에 대해 노력하기도 하고, 중환자실 담당 주치의나 간호사들이 수고했기 때문에 감사하단 말을  전했다. 그런데 병원 시스템이 잘못돼 있다. 고쳐야 되고, 병원 경영 측면에서 소수의 힘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것은 부당하다. 병원 측에서 사람을 잡아놓고 아무도 미안하다는 얘기 하지 않았고, 적 쳐다보듯이 한다. 그리고 언론에 이상하게 보도하는 행위에 대해서 그러는 거지 세브란스 병원에 대해서는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감사하다. 홍보실, 윤리위에서 잘못한 거다. 담당 의사는 중간에서 안쓰러울 정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주 목요일에 최종적으로 원고 측은 나 혼자, 피고측은 피고측 변호사와 주치의,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 2명, 홍보팀장, 사무국장 등이 나왔다. 날짜도 정하고 1인실을 정하겠다고 해서 가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맘에 안들었다. 장소도 자꾸 번복이 되더라. 하지만 그건 행정적인거지 의료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진료비 문제는?
 "원무과와 얘기했고 내용증명도 보냈다. 4월 6일날 모든 병원비 과정을 병원장 앞으로 내용증명 보냈다. 어쨌든 진료비는 소송에 포함돼 있어 지는 쪽이 내게 돼 있다. 그 때지 연기된 걸로 했다. 누구처럼 파렴치하게 말 바꾸는 사람도 아니고 내야 된다면 낼 생각도 있다. 장례 치르는 동안에는 의문이 있어도 자제해주고 변호사를 통해 말하면 묻는 대로 대답하겠다. 증빙자료가 필요하다면 드릴 용의가 있다. 장례 치르는 과정에서 3일 동안은 취재를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가족들이 병원 행정에 불만을 토로한 것에 대해 병원 측은 '우리도 비공개를 원했고 풀기자단을 동원한 것은 가족대리인(변호인)측이다. 집행이 늦어진 것은 법원 판결에 기한을 정하지 않았고 우리도 윤리위 등 내부 절차를 밟아야했기 때문이고, 환자 가족들에게는 가족들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서로 불신의 골이 깊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음.)

 

환자는 이날 밤까지도 호흡을 계속하는 상황이었다. 밤 9시30분이 넘어 잠이 드시도록 눈에 붕대를 겹쳐 놓자, 환자는 약하게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이날 밤 병실은 막내아들이 지켰다.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의식이 없을 정도로 뇌기능도 거의 상실돼 있고 오랫동안 와병 상태였기 때문에 길어도 3∼4일 안에 호흡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일각에서는 수액이나 영양 공급을 계속할 경우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환자는 호흡기를 떼고 24시간이 지난 이튿날 오전에도 스스로 호흡하며 상태를 유지했다. '존엄사'를 시행했지만 '사'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서 개별적이다. 그래서 두렵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에 두렵다. 존엄사는 인간이 이런 미지의 상태에서 죽음을 결정해야하는, 극히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것 또한 인간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이어지는 김 할머니의 호흡을 생각하면 죽음과 삶, 그리고 인간의 결정 사이에는 아직 인간의 지혜가 닿지 못한 깊은 심연이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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