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못간 이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에 이명박 대통령은 끝내 봉하마을에 조문을 하지 않았다.

 

이걸 두고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봉하마을에서 들려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명박 대통령만 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봉하마을에서 상주를 했던 분 중 한분이 전한 이야기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장례식 기간 중에,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쑥 봉하마을에 나타났다. 그것도 한밤중이었다. 수행하는 사람도 제대로 없이 나타났다. 한밤중에도 장례식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봉화산을 넘어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게 하여튼 불쑥 나타났다.

 

그는 청와대의 특명을 받고 왔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조문하러 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봉하마을의 상주들에게 이 대통령이 무사히 조문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봉하마을 분위기는 긴장돼 있었다. 이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땅에 팽개쳐지고 한승수 총리가 조문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가 하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조차 봉하마을에 들어가지 못했다가 새벽인가 한밤중에 겨우 조문을 했을 정도였다. 이 대통령이 만약 실제로 봉하마을에 온다면 마을로 들어올 수 있을지, 들어온다고 해도 무슨 봉변을 당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달곤 장관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하루전에 미리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러려면 총을 휴대하고 있는 경호원들이 봉하마을 입구부터 장례식장 안까지 이 대통령이 지나갈 모든 경로를 사전에 샅샅이 점검하고(아마도 '폭발물'을 탐지할 경찰견/군견도 같이) 장례식장 주변의 모든 구멍을 막아야한다. (경호원의 사전점검 내용은 이달곤 장관이 설명한 것인지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봉하마을 상주들이 예상한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통상적인 대통령 경호절차가 이러한 것은 맞다. 장례식장에도 그게 통용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주들은 모두 만류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청와대 경호원들이 그렇게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조문객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 그게 더 사람들을 자극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설명하면서 상주들은 "이 대통령의 마음은 우리가 잘 알겠으니 무리해서 조문을 오실 필요는 없다"고 간곡히 만류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이 마땅히 조문을 해야했다고 주장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봉하마을의 상주들이 이 대통령의 조문을 만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복수의 사람에게서 확인). 이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끝내 가지 못했다고 무조건 그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상주들의 설명을 들은 이달곤 장관은 좌불안석인 표정을 지었다. 이 장관은 "사정이 정히 그렇다면 봉하마을 측에서 직접 청와대 측에 이런 사실을 설명해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상주들이 "아니, 장관이 직접 이 대통령에게 우리가 얘기한 사실과 현장 상황을 보고하시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봉하마을을 가야하니 저더러 미리 준비하라고 이렇게 보내셨다"며 자신은 도저히 대통령에게 조문할 수 없다는 얘기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봉하마을 측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한명숙 전 총리가 한승수 총리에게 연락을 취해 청와대에 이런 사정을 전해달라고 부탁해서 이 대통령의 봉하마을 조문이 취소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5월24일에는 이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조문할 것이라고 밝혔고, 26일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으니 이 일은 24일이나 25일 밤에 일어난 일인 듯 하다.

 

(다른 사람이 전한 내용은, 이 대통령이 한 총리를 통해 이런 내용을 전해 듣고는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못 가는 곳이 어디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하고, 또 다른 사람 얘기로는 애초에 이달곤 장관을 보낼 때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못 가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조문을 성사시키라고 강하게 명령했다고도 한다. 어쨌든..)

 

장관이 대통령에게 단순한 사실보고 조차 제대로 못하는 이런 모습을 생생하게 겪은 봉하마을 상주들은 "이 정부가 국민들하고만 소통을 못하는 줄 알았더니, 자기들 안에서도 제대로 소통을 못하고 있구나"라면서 혀를 찼다고 한다. 참여정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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