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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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about.obs.co.kr


2008년 11월17일 나온 김훈의 에세이집 '바다의 기별'에서, 1987년 김훈이 쓴 '문학기행' 서문을 읽다가 한대목을 옮긴다.

 

 

기사는 객관을 하느님으로 섬기는 것이지만 기사는 써야할 것을 선택하고, 쓰지 않아야 할 것을 내버린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주관에 의한 비평 행위이다.

 


 기사는 보고를 포함하지만 보고서가 아니다.

 기사는 장르다.

 그것은 세계의 전체와 인간의 전체를 수용하는 장르이며, 저 자신의 틀을 매일매일 때려부숨으로써만 살아남을 수 있는 악마의 장르이다.

 나는 그 악마를 섬기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

 기사는 주관과 객관의 신을 동시에 섬기는 불충한 패역의 악마이다.

 그러므로 기사를 쓴다는 행위는 주관적 진실을 객관화시켜야 하는 형극의 길이다.

 


 그러므로 모든 기사는 운명적으로 정치적이다.

 나는 그 형극의 길에서 성공을 거둔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단지 그 길로 가고 있을 뿐이다.

 4인 가족의 생계와 더불어, 의료보험 카드와 더불어, 지하철 정기권과 더불어.

 그러므로 우리들의 편애에 대한 모든 힐난은 원천적으로 무효다.

 그 힐난은 힐난으로써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접수되지 않는다.

 

 그 입증할 수 없는 편애들을 입증해 내야 하는 수많은 출장지에서 우리들은 막막하고 참담하였다.

 

-1987년 문학기행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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