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은 과연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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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회운동으로서 경제활동이 주목받으면서 새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마이크로 크레딧’‘사회적 기업’ 그리고 ‘공정무역’입니다.

 ‘착한 경제는 가능할까’를 고민하는 저도 이런 현상을 눈여겨 봐 왔습니다. 오히려 이 분야들이 이미 서구에서는 70년대부터 시작된 운동인데도 마치 새로운 이야기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사실 저는 요즘 들어 ‘공정무역’이나 ‘마이크로 크레딧’의 한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마이크로 크레딧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공정무역에 관해서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펴낸 한편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그 한계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이정전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환경논총 47호’를 펴냈습니다. 여기에 상명대 강사이신 김윤성씨가 공정무역의 대표적인 사례인 커피 문제에 관한 논문을 수록했습니다.

 제목은 ‘커피 재배가 재배국 무역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논문 요약

 우리나라는 커피 수입에서 세계 16위(2006년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역대작물인 커피 생산과 무역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생산과 판매 전 과정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단일종만을 생산하는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재배되는 커피는 생태적으로 산림파괴와 토양유실, 종다양성 감소 등 여러가지 피해를 일으킨다. 여기에 커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과잉생산 구조가 고착돼 커피 수출국의 빈곤도 구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커피 생산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것만큼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생태적 빈곤이 경제적 빈곤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원래 전통적인 커피 재배는 열대 우림의 높은 나무들 사이에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방식이었다. 키큰 나무가 커피의 병충해를 막고 비가림 역할을 하며 땅이 척박해지는 것을 막아줬다. 커피 플랜테이션 방식이 도입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커피 열매를 더 빨리 따기 위해 커피 나무보다 높은 나무는 다 베어버렸다. 커피나무의 높이는 3∼5미터로 평균 20미터가 넘는 열대우림 나무들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다.

 이 때문에 커피 재배가 시작되면 그 지역에선 산림농업이 사실상 중단된다. 한 품종만 계속 재배하면서 토양훼손도 일어나는데, 그 결과 사막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연안과 적도 부근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이런 생태계 파괴 현상이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아메리카 나라들은 커피재배 면적을 제한하는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나마도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 엘살바도르의 경우 보호구역의 면적은 커피재배 면적의 16분의1에 불과하다.

 커피와 코코아 플랜테이션은 땅을 척박하게 만든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토양의 생산성은 아시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 아프리카 땅의 생산성은 2차대전 이전의 4분의1로 줄었고, 중앙아메리카는 5분의2로 떨어졌다.

 1911년 코코아 플랜테이션을 시작한 아프리카 가나 크로보 지역의 경우, 1950년에 이르러 사막이 되어버리면서 주민들이 모두 이주해버렸다. 브라질은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대규모 커피 플랜테이션을 시작했는데, 1920년대부터 숲의 파편화과 진행됐다.

 1950년대 이후 본격적인 플랜테이션이 시작된 온두라스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중앙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에서도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에서는 정확하게 커피농장이 늘어나는 만큼 산림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커피는 이미 1920년대부터 과잉생산되었다. 19세기 라틴아메리카에서 대규모 커피 재배가 본격화되면서 이 지역 경제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늘었고, 그만큼 커피 재배지와 재배량도 증가했다. 커피호황기였던 19세기 말 브라질의 경우 연간 8%, 정확히 10년마다 2배로 늘어났다.


 대공황 이후 커피 가격은 하락세로 바뀌었다. 마치 공황 시기 팔지 못한 물건을 폐기했듯이 브라질은 수출하지 못하고 남은 커피를 땅에 묻어야했다. 커피 수출량은 줄었는데도 커피 생산국가들은 오히려 생산량을 경쟁적으로 늘려 하락을 부채질했다.

 2차대전 이후 식민지배를 받던 나라들이 독립하면서 손쉬운 경제 소득을 위해 커피 재배에 뛰어든 것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아프리카 54개 나라 중 커피재배 관련국은 44개국에 이른다.

 커피 가격은 이미 생산비용에도 못미친다. 국제커피기구(UN이 커피가격 안정을 위해 만든 국제기구)에 따르면, 로브스타 커피 원두의 가격을 예로 들면이 2002년도에 1파운드 당 30센트 아래로 떨어졌던 값이 2008년 100센트까지 올라갔지만, 이것은 액면가로도 1980년대 수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일단 숲을 깎아 커피 농장으로 바꾸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커피 생산은 계속된다. 커피값이 등락을 거듭할 때마다 이들 나라의 경제가 휘청거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제 발전 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렵다.

 


 이 논문을 읽다보면, 커피를 좀더 비싼 가격에 사오는 것만이 ‘공정무역’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영국 옥스팜 등 NGO가 중심이 된 공정무역기구에서는 커피의 공정무역 조건으로 전통적인 방식에 좀 더 가까운 그늘재배와 유기농 재배, 최저가격 보장 등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진작 이런 얘길 듣지 못했을까요. 그냥 공정무역은 제 값을 주고 커피를 사온다, 그 정도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에 그쳤을까요. 우리나라의 공정무역은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과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의 공정무역 쇼핑몰에 들어가 보아도, “이 제품은 FLO(국제 공정무역 기구)의 인증을 받은 제품입니다”라는 설명만 있을 뿐이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었으며 무엇이 개선됐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세계화 문제에 대한 관심과 연대감을 키우기보다는 ‘이 제품을 사면 당신은 좀더 의식있는 소비자’라는 스타일을 파는 방식에 치우쳐 있는 것입니다. 이게 과연 공정무역의 정신에 제대로 부합하는 것일까요.

 

이미 마케팅회사들은 "공정무역은 새로운 기회"라며 마케팅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이 제품의 1% 정도를 공정무역 제품으로 구입하면서 "우리는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광고하는 식이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일부 공정무역 제품은 대형마트에까지 진출했습니다. 대형마트가 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프리카 농민을 생각해서 공정무역 제품을 사면서 바로 내 옆의 구멍가게 주인을 고사시키게 되는 모순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공정무역이 단순히 생산지의 불쌍한 농민을 돕는 차원이라는 ‘동정론’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모순 아닐까요.

 게다가 커피의 예에서 보듯이 커피의 대량 플랜테이션 방식 재배가 세계적인 커피 소비량에 기인하고, 공정무역으로 오른 가격 폭에 비해 실제 생산지에서 농민에게 적용되는 가격 인상분은 턱없이 적다는 것을 보면, 오히려 공정무역은 마진을 키우기 위한 수단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듭니다.

 그렇다고 공정무역 무용론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무역이 소비자와 생산자의 공감대와 연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단순한 마케팅 기법에 불과해지고 결국 공정무역에 대한 냉소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오히려 공정무역은 커피 코코아 같은 ‘서구적’ 상품목록에서 우리 주변의 것으로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를 들어, 김치를 공정무역하면 어떨까요. 중국산 김치를 싼 값에 후려쳐서 들여오기보다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온다면 식당의 밥값이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또 택배비를 공정무역하면 어떻겠습니까. 5000원짜리 상품을 사면서 5000원의 택배비를 내야한다면, 인터넷 쇼핑은 좀 더 줄어들겠지만 오프라인의 지역 상권이 좀 더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면서도 택배비를 무료로 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요.

 공정무역의 또 하나의 문제는 ‘이 상품이 공정무역 제품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FLO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공정무역에 대한 수요가 많은 유럽에서는 공정무역 제품이 아닌 것들이 공정무역 제품으로 포장되고, 인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공정무역 인증을 남발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FLO에서 이런 스캔들이 터진다면, 공정무역 산업 자체가 불신과 냉소에 빠질 수 있지요.

 공정무역은 세계화 문제에 대한 학습의 장이 되고 무역과 상업 거래, 경제 정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어야합니다.

 아마 공정무역을 처음 시작하고 지금 종사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 뜻을 가지고 계실겁니다. 그런 뜻에 반해, 확실히 현재 한국의 공정무역은 스스로 ‘하나의 시장’이 되는 것에 만족하고 스타일 마케팅에 치우쳐 있는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관련자들의 밥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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